수입차 인기 비결은 고효율과 다양성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수입차 고객층이 젊어지고 3000만~40000만원대 차량 판매가 급증한 것도 성장 배경이다. 특히 디젤차 인기가 높은 국내 시장 특성을 감안해 집중 공략한 독일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디젤차 강세에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싼 국내 시장 환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 12월 기준 수입차 업계가 판매하고 있는 모델은 17개 브랜드 514개 차종에 이른다. 수십 개 차종을 보유한 국산차에 비해 다양성에서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덕분에 소비자 선택 폭도 그만큼 넓어져 국내 자동차 시장 다양화에 수입차가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많은 차종을 보유한 브랜드는 BMW(87개), 아우디(69개), 메르세데스 벤츠(63개)로 나타났다. 이는 국산차 중 가장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한 현대자동차 20개 차종보다도 월등히 많은 수다.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산차 브랜드 5개를 모두 합쳐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은 62개에 불과하다.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로서는 다양한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수입차에 한 번 더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수입차 업계가 디젤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유지비가 많이 드는 애물단지’에서 ‘값은 비싸도 효율성이 높은 차’로 인식도 개선됐다. 실제로 지난해 수입차 판매 중 70%가량을 디젤차가 차지했다. 지난해 베스트셀링카 10대 중 9대가 디젤차였을 정도다.
지난해 수입차 연료 별 등록 통계를 보면 디젤 67.8%, 가솔린 28.2%, 하이브리드 3.9%, 전기 0.1% 순으로 점유율이 높았다. 특히 수입차 판매 중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62.1%에서 지난해 5.7%포인트 더 상승했다. 2000년대 수입차 시장은 가솔린차가 80~90% 판매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가솔린차 일색이었다. 하지만 수입 디젤차 인기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지난 2012년 처음 판매 비중이 역전된 이래 지금까지 디젤차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윤대성 KAIDA 전무는 “중국, 일본, 미국에는 디젤 승용이 없지만 한국은 휘발유보다 경유가 10%가량 더 싸기 때문에 고객 호응이 높다”며 “디젤로 효율성을 높이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한 것이 수입차 성장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디젤 라인업이 강한 독일 브랜드가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했다.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 독일 브랜드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13만6322대를 팔아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69.4%를 차지했다. 독일차 강세에는 자동차 원조는 독일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독일차는 자동차 종주국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오랫동안 쌓아왔다”며 “이는 다른 나라 자동차가 1, 2년 내에 따라잡을 수 없는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수입차 시장 성장에는 30·40대 젊은 소비자가 가장 큰 공헌을 했다. 지난해 수입차 개인 구매 시장에서 30대가 구매한 차량은 총 4만4652대로 전체 38.0%를 차지했다. 수입차 고객 10명 중 4명가량이 30대였던 셈이다. 같은 기간 40대의 구매 비중도 28.4%로 두 번째로 높았다.
2005년까지만 해도 수입차 시장 최대 고객층은 40대였지만 2006년 판매 비중이 역전되면서 30대가 수입차 업계 최대 고객층으로 떠올랐다. 30대의 수입차 구매 비중은 2007년 처음 30%를 넘긴 이래 2008년과 2009년 소폭 감소했지만 이후 지속 상승했다.
윤대성 KAIDA 전무는 “수입차의 최대 고객층이 30대가 되면서 고객층이 젊어지고 있다”며 “30대는 가처분 소득이 높지만 주택 구매보다 차에서 만족을 얻는 경향이 강해 수입차의 감성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매혹되고 있다”고 전했다.
수입차 고객층이 젊어지면서 3000만원대 차량 판매도 눈에 띄게 늘었다. 2000년대 10%대였던 3000만원대 수입차 판매 비중은 2010년대가 되면서 20% 중반대까지 치고 올라왔다. 3000만원대 수입차는 5000만~7000만원대 수입차와 시장을 양분하며 수입차 시장의 주요 축으로 부상했다. 과거 ‘비싼 차’의 대명사였던 수입차가 ‘누구나 탈 수 있는 차’로 바뀐 셈이다.
차급 변화에서도 수입차 대중화 움직임이 나타난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린 차는 고급차가 아닌 2000㏄ 미만 소형차였다. 소형차 판매 비중은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최대 차급(42.2%)로 부상한 뒤 2013년 처음으로 절반(53.5%)을 넘어섰고, 2014년에는 54.7%까지 늘어났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 두 대 중 한 대 이상은 소형차인 셈이다. 이는 ‘수입차=고급 대형차’였던 과거의 편견이 깨지고 수입차가 대중적인 차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