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에게 듣는다] 김재홍 KOTRA 사장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역량 강화를 통한 제2의 무역입국 선도’

지난달 1일 KOTRA 사장으로 취임한 김재홍 사장이 밝힌 KOTRA의 존재 가치다. 이를 실현할 방법으로 김 사장은 ‘개방형 협업(Open Collaboration)’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무역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고민에서 찾은 방법론이다.

김 사장은 “견실한 수출 중소·중견기업 육성 없이 현재의 제조업 위주 무역구조로는 무역 2조달러 달성은 어렵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2017년 수출 중소기업 10만개, 수출 1억달러 이상의 글로벌 전문기업 400개 육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KOTRA만의 역량으로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KOTRA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 인수합병(M&A), 인력 양성 등을 위해 다양한 지원기관과는 물론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기관과도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너지를 만들고 성과도 공유하겠다”며 개방형 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취임 직후 무역협회를 찾아 양 기관간 협업과제를 도출하는 등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중앙회 등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사장은 “정부 부처에서는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움직이는 입장이 됐다”며 “1%의 부정적인 목소리까지 귀 기울이며 진심을 갖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첫 해다. 2015년 KOTRA의 운영 방향은.

▲제2의 무역입국 선도를 위해 두터운 수출 중기 성장판 마련, 새로운 수출 먹거리의 지속적 창출, 넓어진 경제협력 범위 전략적 활용 지원,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양질의 외국인투자기업 유치 등의 4대 사업방향을 수립했다. 이를 통한 수출 중기 10만개, 글로벌 중기 400개 육성과 외국인투자 200억달러 유치 등의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이를 추진하기 위한 업무 자세다. 고객·현장, 내실·성과, 협업·소통, 기본·원칙 등이 기본 업무혁신 방향 위에 고객에 대한 진심을 담아낸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상 최대의 무역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밝지 않은 것 같다. 대안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현 제조업 위주 무역구조로는 2조달러 달성은 힘들다고 본다. 문화콘텐츠·서비스·의료·에너지신산업·농수산식품·방위산업 등 새로운 분야의 수출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또 중계·가공무역, 전자상거래, G2G 등 새로운 무역방식에 대한 선제 대응도 필요하다.

KOTRA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제조업 지원 중심의 기능과 조직을 바꾸어 나가기로 했다.

또 쿠바, 중남미시장 등 신흥시장 진출은 물론 우리나라 수출입 물류에 직결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기 위해 유관기관 및 진출업체들로 구성된 유라시아 진출협의회도 운영할 예정이다.

-한·중 FTA 타결 등 적극적인 경제외교를 통해 우리의 경제협력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이의 활용은.

▲지난해 많은 어려움에도 중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과 FTA를 타결했다. KOTRA는 이렇게 넓어진 경제협력 범위를 기업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될 것이다.

특히 한·중 FTA는 우리에게 큰 기회이자 도전이다. 1차 수혜자인 현지 진출기업과 바이어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중 FTA 해외활용지원센터를 베이징, 청두 등 4곳에 설치하기로 했다. 또 경제외교지원팀을 통해 경제외교의 성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역량을 모을 생각이다.

-KOTRA가 어느 때보다 할 일이 많다. KOTRA 신임 사장으로서의 다짐은.

▲일부 부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그동안 KOTRA는 그 역할을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일부의 부정적인 목소리까지도 진심을 갖고 듣는 조직이 되도록 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급격한 변화는 조직 피로감만 쌓인다. 직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변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조직과 개인의 비전을 연결, 직원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기관장이 다른 마음을 품으면 조급한 마음이 생긴다. 어떤 기관장이 와도 한결같이 일할 수 있는 KOTRA가 되도록 하겠다. 채찍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지는 않겠다.

-KOTRA는 3년 연속 경영평가 ‘A’를 받았다. 부담스럽지 않나.

▲4년 연속 ‘A’를 받도록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이전과 같거나 더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B’를 받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노력하지 않은 ‘B’는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내외적인 소통과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KOTRA가 가진 영역과 업무 역량으로 기업의 요구를 100% 해결할 수는 없다.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부분은 유관기관을 비롯한 각 부처 등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공직생활을 통해 이 같은 협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KOTRA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발판)’이다. 내용을 갖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수출 중소기업 10만개, 1억달러 수출기업 400개 육성

김 사장은 2020년 무역 2조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기존 제조업(대기업) 중심의 구조로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강조한다. 2013년 9만개였던 수출 중소기업을 2020년까지 11만개로 늘려야 한다. 현재 34.0% 수준인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을 OECD 평균인 39% 이상이 되어야 한다.

올해 내수기업 1400개사를 선정, 지원해 수출기업으로 만들어갈 방침이다. 정부 목표인 2400개사의 70%에 달하는 숫자다. 이를 통해 420개사를 수출 기업화할 방침이다.

또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을 통해 1억달러 수출기업을 400개 이상 육성할 방침이다.

파트너 발굴 및 정보부족은 해외무역관을 통해 지원하고, 자금문제과 인력부족은 유관기관과 협력해 해결해 갈 예정이다.

특히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사업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창조경제추진단에 인력을 파견, KOTRA 지방지원단과 창조경제혁신센터간 협업과제 발굴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문화콘텐츠, 의료, 농수산식품 등 새로운 수출 분야 개척을 위해 ‘한류스타 브랜드’와 ‘중소기업 기술력’을 결합한 융합형 한류 스타-중소기업 해외 마케팅 사업을 신규 추진하는 한편 경제 한류 및 CSR를 활용한 해외진출 지원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이외에도 의료·농수산식품 분야의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중국, 동남아 시장 진출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또 신설하는 글로벌전략지원단을 통해 해외상주 직원이 보내오는 시장정보를 국내 연구인력이 종합 가공하고 분석해 매달 주요 이슈에 대한 심층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1958년생으로 행정고시 26회(1982년)로 공직에 입문했다.

법제처, 특허청, 상공부 사무관, 통상산업부 법무담당관 등을 거쳐 산업자원부에서 산업분야 주요 업무를 두루 거쳤다. 지식경제부 투자정책관, 정책기획관, 신산업정책관, 성장동력실장 등을 거쳐 지난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산업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산업부 1차관 시절,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2회 이상 중소기업을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할 만큼 중소기업과 현장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KOTRA 사장 취임 직후에도 지난달 21일 전국 13개 지역 서비스자문단장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27일 대구 중소기업 생산현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달에도 광주, 부산, 대전, 원주 등 주요 지역을 돌며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김 사장은 대외적인 것뿐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소통을 강조한다.

직원들 한명, 한명이 조직의 경영철학이나 방침을 공감하지 못하면 성과를 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다. 이 때문에 취임 직후 기존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의 월례조회를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전환했다. 직원들이 공감하고 듣고 싶어 하는 주제와 연사를 선정하고, 강연 후 직원 간 패널 토의 및 청중발언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이다.

취임사에서 직원들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구성원의 진심으로 헤아리고 배려하는 CEO가 되겠다고 밝혀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김 사장은 고등학교 3학년 졸업식 날 담임선생님이 제자들에게 주신 ‘붕정만리 기불탁속’이란 글을 인생의 지표로 삼고 있다. 이 말은 눈앞의 작은 이익을 ?지 말고 멀리 보면서 의연하게 큰 길을 가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