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의 현실성 없는 정책이 시장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9년부터 국내 전기차 보급을 주도했던 환경부에 이어 최근 산업부까지 가세하면서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전자신문은 최근 환경부와 산업부 등의 전기차 시장 관련 정책에 따른 실상을 보도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환경부가 새해 전기자동차 3000대 보급을 앞두고 완성차 업체에 차 가격 인하와 충전인프라 구축비 부담을 제안했다. 완성차 업계는 정부가 시장 논리를 해치고 있다는 불만이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까지 유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업계 부담으로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달 국내 5개(기아차·르노삼성·한국지엠·BMW·닛산) 완성차 업체와 전기자동차 제작 업체 간담회를 열고 올해부터 5%의 전기차 가격 인하와 2년간 1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공공시설 전기차 급속충전기 보급정책을 제시했다. 올해 민간과 정부가 각각 70억원을 출자해 공공시설에 급속충전기 수백기를 구축하거나 28억원을 공동출자해 기존 인프라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당초 2017년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생활반경 내 공공 충전시설을 구축(632기)하기로 한 계획을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이를 내년으로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는 인프라 투자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구축 운영 중인 충전인프라 활용이 낮은 상황에 현실적인 사업모델부터 완성되지 않은 만큼 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 초기 시장인 것을 감안해 차 가격 인하 역시 쉽지 않다.
여기에 환경부뿐 아니라 산업부도 민간 유료 충전사업·배터리 리스사업 등 민간 펀드 방식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민간 부담은 물론이고 정부 정책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환경부 환경공단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이 가장 많은 서울·제주의 전기차용 급속충전기 이용 현황은 10%에도 못 미쳤다. 여기에 대다수 충전인프라가 대형 유통점이나 공공기관에 위치하고 있어 심야시간에 자유로운 이용이 크게 제한된다. 설치해 놓고도 활용도는 크게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민간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충전인프라 운영에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내 100여기 충전기가 설치돼 있지만 퇴근 시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사용할 수 없거나 문을 닫고 영업하고 주차비를 추가로 내야 하는 충전시설이 대부분이다”라며 “민간 펀드로 충전인프라 구축에 앞서 있는 것부터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차 가격 인하와 충전인프라 구축 정책에서 개선할 여지가 많다”며 “설치된 충전시설(급·완속)과 향후 설치할 충전기에 대한 체계적·효율적 관리를 위해 민간 위탁 운영 등 업계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정부 부처별 전기차 보급 관련 주요 사업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