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다가온 새로운 기회라면 바로 ‘데이터’다.”
지난해 서강수 한국데이터베이스(DB)진흥원장은 진흥원 지원으로 성과를 올린 데이터 스타트업 기업들로부터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들었다. 성공적인 창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누구나 쉽게 흘릴 얘기를 신중히 듣고 재정·경영적 지원까지 해준 DB진흥원에 공식적으로 감사를 표했던 것이다.
서 원장은 올해도 데이터에 기반을 둔 창업과 수출지원에 속도를 붙일 예정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술이 없다고, 또 여러 제약을 우려해 창업을 두려워한다. 서 원장은 “두려워 말고 DB-스타즈에 도전하라”고 권한다.
지난해부터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대중국 솔루션 수출도 서 원장이 집중하는 분야다. 올해는 우수기술을 보유한 국내 중소·벤처 데이터 기업의 성공적 해외진출을 위해 중국 대상 데이터 관련 심층 시장조사를 수행한다. 우리 데이터 기업의 수출용 상품화 발굴과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중국뿐 아니라 우리 기술에 반응이 좋은 개도국에도 국내 데이터 기업의 진출 협력기반을 강화할 생각이다.
국내에서는 데이터 스토어를 통해 개인·기업·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데이터를 직접 등록해 거래하는 오픈 플랫폼 형태의 데이터 거래 장터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DB진흥원의 올해 중점 방향을 개략적으로 설명해 달라.
▲지난해가 데이터 산업 육성의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액션(action)’의 해다. 마침 2월 4일은 DB진흥원이 설립된 지 22년이 되는 날이다. 진흥원은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는 유일한 기관으로서 데이터를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 품질·인증·인력양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동시에 많은 노하우와 경험도 쌓았다. 데이터 시대를 맞아 진흥원은 그간 쌓아온 역량으로 국가경제, 국민 생활을 업그레이드하는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탄탄한 데이터 산업이 기반이 될 때 한국은 머지않아 세계 5대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속발전 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유통·인력·기술 등 성장 기반 확충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최근 데이터 유통, 거래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진흥원은 어떻게 준비하는가.
▲누구도 ‘데이터의 흐름’이 창조경제의 물줄기라는 것을 부정하진 못한다. 이미 진흥원은 기업, 국민을 데이터로 이어주기 위해 데이터 유통·활용 촉진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데이터 유통·거래 플랫폼인 DB스토어를 API(Application Programmer Interface) 판매대행 서비스가 결합된 ‘데이터스토어’로 확장 개편했다. ‘경영·비즈니스’ ‘경제·금융’ ‘교육·학술’ ‘라이프스타일’ ‘문화·예술’ 분야 등 1278건의 국내 최대 API 종합정보를 제공한다. 또 96개사 297종의 데이터 등록 상품을 확충해 민간데이터 거래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는 비개발자가 API를 생성하도록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제작·지원할 계획이다. 민간분야 수요가 많은 DB수집을 강화하고 ‘API 상품등록-주문 및 거래-상품 결제시스템’을 활용한 API 제공방식 데이터 판매대행을 지원한다.
‘공정’하고 실질적으로 ‘쓸모’있는 데이터 환경 만들기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데이터 거래가격, 방법·절차를 정립하고 다양한 데이터 포털 간 연계를 확대해 모든 민간 개방 데이터를 한곳에서 검색 가능한 데이터 맵·디렉터리를 제작할 계획이다.
-데이터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결국 인력인데, 이에 대한 지원은 있는가.
▲‘빅데이터·사물인터넷·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호재를 맞은 데이터 산업에 빛과 소금 같은 존재가 데이터 전문 인력이다. 하지만 데이터 전문가는 단시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진흥원은 데이터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3UP(학업(대학)→취업(연계)→직업(전문성))을 연계했다. 또 데이터 기술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이터 전문 자격검정(데이터 설계·SQL·데이터 분석 전문가 자격)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LX대한지적공사 직원 500여명이 데이터 분석 자격시험에 도전하기도 했다.
또 데이터 교육 개선을 위해 지난해까지 국내외 총 45개 대학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560억원 상당 국산 솔루션을 기증했다. 또 최신 데이터 트렌드 기술·동향을 대학교수에 전파하는 교수연수프로그램도 실시했다. 지난해에만 총 4회를 실시했는데 65개 대학 101명이 참석했다. 특히 미국 미시시피 주립대 교수가 직접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2010년부터는 청년취업아카데미를 진행하면서 고용노동부로부터 ‘4년 연속 1위 최우수 교육기관’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올해는 이들 사업뿐만 아니라 403명의 전문가를 배출한 빅데이터 아카데미의 온오프 교육을 확대 실시한다. 동시에 빅데이터에 대한 CEO·CIO 인식개선을 위한 공개강좌, 사례발굴·발표회, 산업별 빅데이터 워크숍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주목할 만한 해외 진출 성과를 말해 달라.
▲DB시장은 여전히 미국 기술이 압도한다. 그렇지만 부분적으로 우리 기업이 선전하는 분야가 있다. 중국은 지난 2011년부터 미국산 소프트웨어(SW)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4대 기초 SW(DB·운용체계·오피스·보안) 분야에 약 10조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지금은 한국과의 협조를 원하는 상황이다.
2년 전 베이징을 방문해 칭화대와 MOU를 교환했고, 각 분야의 주요 기업들과 하얼빈을 방문해 ‘한중 DB기술 협력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제주에서 연 ‘한중 DB기술협력포럼’에 중국의 산학연 DB전문가 46명이 참석했다. 이를 계기로 알티베이스는 베이징대와 MOU를 교환했다. 지금도 베이징대 학생들과 연구원들은 수업과 과제 수행에 알티베이스를 활용한다. 11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상하이산업기술연구원(SITI)과 데이터베이스 기술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올 상반기 ‘한중 DB 공동연구센터(가칭)’를 설립한다. 이를 통해 관련 기술 공동 개발과 기술·보안 표준화 등을 추진한다.
이러한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해 DB진흥원은 지난해 해외진출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현황 조사와 문제점 분석을 통해 3대 중점 지원 분야 7대 추진 과제를 발굴했고, 성공적 해외진출 방안 토론회도 개최했다.
-데이터 분야는 중소기업 중심이다. 데이터 사업자를 위한 구체적 지원 방안을 얘기해달라.
▲데이터 산업은 굴뚝산업과는 다르다. 단순히 매출액과 규모만을 비교해 ‘중소기업 중심’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데이터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이는 곧 미래 글로벌 경쟁력이 데이터 기반 창업기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흥원은 잠재 성장력을 가진 역량 기업이 도태되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대표적 사업이 바로 ‘DB-스타즈(stars)’다. 지난해 26 대 1(338건 접수)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총 13개사가 선정이 됐다. 일대일 전담제 형식으로 진행된 DB-스타즈는 4000만원의 사업비 지원과 함께 스킬업 교육 등 총 64회의 다양한 지원이 이뤄졌다. 그 결과 마이쿤, 파킹스퀘어는 미국 500스타트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카페인모터큐브는 ‘퀄컴 Q프라이즈’ 글로벌 3위에 입상했다.
이 밖에도 5개사가 총 35억원을 유치하고 2개사는 18억원의 투자협상을 진행 중이다.
DB-스타즈 2기 접수가 오는 3월부터 진행된다. 올해는 론칭과 밸류업 기업을 구분해 각 사업 특성에 맞게 18개 기업에 맞춤형 지원이 제공된다. 또 1기와의 ‘DB-스타즈 클럽’ 커뮤니티를 형성, 후속지원과 홍보활동에도 힘쓸 계획이다.
◇올해 중점사업은.
올해 한국DB진흥원은 빅데이터 분석, 신규 앱·데이터 서비스 개발을 위해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발굴·보급하는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한다.
진흥원은 데이터 유통·활용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데이터 유통 플랫폼인 ‘데이터스토어(www.datastore.or.kr)’를 운영 중이다. 데이터스토어는 KTH, SK텔레콤과 같은 민간 유통 사업자뿐만 아니라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한 공공기관과 협력해 공공-민간 데이터의 유통·이용을 지원한다.
데이터스토어는 지난 2011년 공공문화데이터 유통 활성화를 위해 구축됐다. 이후 민간 사업자의 데이터 거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창구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API를 통해 온라인으로 결제 후 바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전년 대비 484.8%의 데이터상품 거래 증가율을 달성했다.
데이터 중개 서비스를 통한 다양한 성공사례도 있다. 표준과학연구원의 인체치수 참조표준데이터를 활용한 헬멧 제작, 기업 정보를 활용한 지속발전 가능성 지수 개발, 날씨 정보를 활용한 실내 공기 측정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민간에서 제공하는 API가 많이 부족하다. 올해는 데이터스토어에서 민간 API 구축 지원과 API 활용, 소재 정보 확대 제공을 위한 API포털 구축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데이터를 보유한 민간 사업자가 쉽게 API를 구축하도록 API 자동 생성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보급한다. 또 사용자가 API를 통해 쉽게 데이터를 호출·활용하는 기술 지원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데이터 이용 바우처 제도를 운용할 계획이다.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이용료 문제로 활용이 어려운 대학교, 스타트업 등 소규모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데이터스토어는 API 구축·활용 지원 사업을 통해 기업과 교육 분야 빅데이터 분석, 민간 사업자의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개발이 원활하도록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DB진흥원 내부에서 추진하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 ‘DB-스타즈’와 긴밀하게 연계해 국내 데이터 산업 발전을 주도할 예정이다.
서강수 원장은 “미국은 메이시스백화점도 API를 통해 상품 정보를 유통하고 있을 정도로 일반 기업들이 API를 통한 데이터 유통이 활발하고 이에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국내도 다양한 기업 데이터가 공개되고 이로 인해 새로운 서비스가 개발되는 등 데이터 유통 생태계 생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데이터스토어는 이제 막 유통시장이 시작하는 단계를 의미한다”며 “점차 민간데이터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수 원장은.
서강수 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홍보 전문가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그의 이력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서 원장은 1957년 대구광역시에서 태어나 신일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서 원장은 해외공보관 기획과를 거쳐 주홍콩공보관, 광고교류과장을 지냈다. 이후 주헝가리 홍보관·주뉴욕 홍보관·대통령비서실(국내언론2)·국정홍보처·전자홍보과장·미디어지원단장·문화체육관광부 홍보콘텐츠기획관·홍보지원국장·해외문화홍보원장 등 부처 내 요직을 맡으며 한국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홍보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2000년대 초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등에 업은 한류를 넘어 아이돌 가수가 이끄는 새로운 버전의 신(新)한류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문화와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눈여겨본 그는 이제까지 소프트파워 속 태풍의 눈에는 ‘데이터’가 있었다고 자신한다. 동시에 매력 데이터를 활용한 선진국과의 소통과 교류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물론 데이터 수집도 능하다.
서 원장은 DB진흥원에 첫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현장 데이터 수집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의 정점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다. 현업의 말 속에는 산업의 문제점도 있지만 동시에 해답도 담겨 있다. 그는 정부 정책의 성공과 실패는 이러한 현장 데이터(목소리)를 현실에 맞도록 ‘튜닝’하는 데서 판가름 난다고 판단한다. 이것이 서 원장의 30년 노하우이기도 하다.
그는 소통을 위해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거부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등장으로 양방향 소통이 활발해진 지금, 앞서서 끌고 가는 리더십보다 함께 가는 팔로십(followship)을 강조한다. 조직 공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시점과 생각, 구성원의 방향을 잡아 제대로 흘러가도록 지원하는 것이 DB진흥원이 역할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그래서 그는 집단지성이 만드는 선진화된 데이터 산업 조성을 위해 올해도 바쁘게 움직인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