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의 인생의 전성기는 나로호 개발 때다.
그가 책임을 맡아 비록 2전 3기로 두 번의 실패 뒤 세 번째 쏘아 올려 성공했지만, 우리나라가 처음 우주를 향해 우리 발사체를 만들려고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 한 것이다.
사실 실패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한 과정과 기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기관장이 된 지금보다 로켓 엔지니어로서의 자존감이 더 컸던 것 같다”는 조 원장이 기관장으로서 또 다른 도전사를 쓰고 있다. 바로 달탐사다. 예산문제부터 꼬여 있지만, 첨단 기술개발과 국제협력, 국회설득 등 모두 그가 올해 풀어야 할 숙제다.
달탐사 로켓은 한국형 발사체에 실어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기술개발이 예상보다 더디다. 오는 7월 1단계 사업이 종료되고, 평가를 해봐야 할 판이다. 애초 구상한 시제품 엔진의 성능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모든 과정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조 원장에게 새해 어떤 계획을 세워놨는지 자세히 들어봤다.
-이달 쏘아 올리려다 3월로 발사가 연기된 다목적실용위성 3A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발사 취소설까지 나돌았는데.
▲이상 없이 올라간다. 아리랑 3A를 싣고 갈 발사체 드네프르 일정에는 변화가 없다. 발사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800㎞ 떨어진 야스니 발사장에서 쏟다. 발사 성공률이 97%고, 상업용으로는 거의 모두 성공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3A는 55㎝급 고해상도 전자광학카메라와 5.5m급 적외선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정밀한 지구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특히, 현재 운용 중인 다목적실용위성 2호와 3호, 합성개구레이더(SAR)를 탑재한 5호와 상호 보완 측면에서 잘 맞아 떨어진다. 위성 라인업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AP우주항공, 대한항공, 한화, 두원중공업, 삼성탈레스 등 다수 국내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다목적실용위성 6호와 차세대 중형위성, 정지궤도 복합위성도 개발 중이지만, 3A 이후 당분간 위성발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
▲6호는 지난해 시스템요구조건 검토회의와 기본설계 검토회의를 마쳤다. 오는 2019년 8월께 올라간다. 한반도 전천후 지상·해양 관측 임무를 수행할 50㎝급 영상레이더(SAR)를 탑재한 저궤도 실용위성이다. 올해는 6호 발사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500㎏급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사업은 표준형 위성 플랫폼 확보가 목표다.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완료했다. 중형위성 계획은 모두 12기 제작으로 돼 있었는데, 시급성이 높은 과제로 대상을 한정해 1단계 1·2호기 발사가 예타를 통과했다. 2020년 쏠 계획이다.
정지궤도복합위성은 지난 2010년 발사된 천리안 위성 대체 위성이다. 천리안이 2017년 설계 수명을 다하면, 그 뒤를 이어 기상·해양관측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게 된다. 발사는 2019년으로 돼 있다.
사실 아리랑 3A를 올려 보내고 나면 2016년과 2017년 발사체나 위성 관련 이벤트가 없다. 이 기간엔 요소기술 국산화 타이밍이라고 본다. 내실을 다질 좋은 기회다.
-항공분야 기술 개발 진행정도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대표적으로 고고도 장기체공 전기동력 무인기 개발이 마무리되고 고속 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 개발이 새로 시작된다. 위성항법 분야에서는 초정밀 GPS 보정시스템 개발에 주력한다.
전기동력 무인기는 올해 말 사업이 끝난다. 고도 18㎞ 성층권 장기체공 성능을 시연하게 될 것이다.
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는 국내 민군 수요 대응과 글로벌 무인기 시장 선점을 위해 내년부터 착수할 사업이다. 오는 2023년까지 8년간 2573억원을 들여 기술 개발한다. 올해 상반기 예타를 거쳐 사업수행이 이루어질 것이다.
GPS 보정시스템은 실시간 1m급 정밀 위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하는 기술이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사업단도 신설했다. 올해 해외 협력업체를 선정한다. 공개 서비스는 2019년 6월쯤으로 예상한다.
-국방분야와의 협력은 어떤가.
▲항공우주와 국방은 연관성이 크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공개하기에는 조심스런 내용들이 많다. 내부적으로 논의도 많이 한다. 올해 초 미 국무부와 대화도 있었고, 수출허가나 기술이전, 기술지원협정(TAA) 처리 등을 놓고 미 정부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창조경제 때문에 성과를 내려면 골치가 좀 아플 텐데.
▲3년차 창조경제 성과는 축적한 기술이 바탕이 돼 경제기여로 나타나야 한다. 결과를 보면 발사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위성분야는 가장 근접해 있지만, 완제품을 수출하는 건 곤란하다.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 레벨에서도 쉬운 일이 없다.
소형 위성은 쎄트렉아이가 잘한다. 우리가 그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항우연 정도는 그 이상의 고급위성을 해야 하는 데, 사실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찾고 있는 것이 서브기술 산업화다. 위성영상 수신국 같은 것은 국제협력 개념이 넓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동남아도 관심이 있다. 서로 엮으면 수출연계도 가능할 것이다. 토털위성시스템보다는 틈새로 접근하려 한다.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위성 교육 등과 연계했는데 반응도 좋다.
이와 함께 나로센터나 제주추적소 등 있어 다른 나라와 협력관계를 갖고 위성추적 등을 지원하는 협력모델을 구상 중이다.
산업체 수출과 성과확산을 위해 조직을 보강하고 수출추진 TF를 만들어 원장 직속으로 정리해 놨다. 열심히 가동 중이다.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보자는 것이다. 위성과제나 영상처리 독자기술, 발사체 관제가 주 아이템이 될 것이다.
-우주분야 산업 활성화는 어떤가.
▲우주산업은 애로가 많다. 워낙 민감하기도 하고, 산업체 생산라인이 원활히 돌아가 수지가 맞아야 하는 데 국내 발주 물량이 거의 없어 우주전담 사업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우주와 방위산업을 같이 하는 업체와 보조를 맞춰야할 것으로 본다. 항우연이 발주하는 위성이나 발사체는 방위산업 생산라인의 중간중간에 끼어들어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이나 두원중공업도 주력품목은 따로 있고, 우리 것이 끼어들어 활용하는 것이다. 삼성테크윈이나 KAI 등도 다 그렇다.
-우주인 양성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우주인 양성을 미리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러시아는 150~200명을 뽑아 훈련한다. 못 가는 사람은 지상근무를 하게 된다. 우주인은 또 나이가 중요하다. 매뉴얼 만드는 작업은 해볼 만 하다고 본다.
우주인 이소연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열심히 일했다. 우주인 퇴사는 하자가 없다. 의무복무 그런 것도 다 했다. 본인도 그러더라, 평생 우주정거장(ISS) 얘기만 하고 살수는 없다고. 그래서 미국 공부하러 갔던 거고, 거기서 배필을 만난 것이다. 의무조건은 모두 완료했다. 그렇게 그냥 편하게 이해하고 봐줬으면 좋겠다.
◆달 탐사 프로젝트 어떻게 되나.
한국형 발사체를 활용해 달 탐사선을 발사하는 프로젝트다.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를 이용해 오는 2018년 시험용 달 궤도선 발사를 위해 항해 및 제어기술, 시뮬레이터 및 SW, 임무설계, 심우주통신 네트워크 등 우주 활용영역 확장을 위한 우주탐사기술을 확보하자는 것이 주목적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이지만, 지난해 말 예산심의 과정에서 향후 선거 등과 맞물려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주요 예산 400억원 이상이 삭감되면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힘든 상황이다.
총 사업기간 및 소요예산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7357억원이다. 1단계 사업기간인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들어가는 예산은 1978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우연 측은 일단 자체 예산으로 달 탐사 프로젝트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해 온 달탐사 설계 및 검증도구 개발과 핵심기반기술 심화연구를 올해까지 진행한다.
지난해엔 73억3000만원을 들여 출연연 강점기술의 달탐사 적용 가능성 도출을 위해 15개 출연연이 달탐사 협력융합연구를 수행했다. 또 산학연 간 달탐사 정보 공유를 위한 달탐사 워크숍과 미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을 위한 타당성 연구협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1단계 사업 선행연구 및 개념 설계를 수행한다. 예산은 직접비 20억원을 확보해 놨다.
오는 6월 시험용 달 궤도선 과학 탑재체를 선정하고 임무를 확정지을 계획이다. 7월쯤에는 미항공우주국(NASA)과 시험용 달 궤도선 국제협력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예정이고, 10월엔 시험용 달 궤도선 시스템 요구사항 검토회의(SRR)를 개최한다.
내년엔 한국형 달탐사선 개발 1단계 사업을 위한 2016년 예산 확보 및 사업에 정식 착수할 예정이다.
항우연 측은 이를 위해 최근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달탐사 연구진 인원 보강을 통해 ‘달탐사연구단’으로 승격시켰다.
다만 사업지연이 우려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사업 착수가 당초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뤄져 사업 전체 일정도 지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달 탐사 프로젝트가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등은 몇 십 년을 두고 계획을 세워 추진해온 만큼 달을 처음 가는 우리가 서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달뿐만이 아니라, 화성이나 그 외 행성까지 포함한 우주 전체 R&D 로드맵을 그려놓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우리나라 첫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KSLV-1) 개발 주역이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 우주발사체사업단장과 발사체연구본부장, 나로호발사추진단장 등 발사체와 관련한 요직을 맡았다. 국내에선 내로라하는 발사체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2009년 나로호 1차 발사 실패와 이듬해인 2010년 나로호 발사 137.19초 만에 폭발하는 2차 실패를 딛고, 2013년 세 번째 도전 끝에 나로호 발사를 성공시켰다.
대체로 항우연은 서울대를 나온 유학파들이 기관장을 맡아 왔으나, 조 원장이 일에 대한 열정과 성과로 이를 깼다.
나로호 발사과정에서 몸으로 겪었던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곡절을 기관장으로 풀어낼 기회를 갖게 된 셈이어서 주위의 기대도 크다.
1956년생이다. 동국대에서 전자공학으로 학사 및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8년 항우연으로 개편되기 전인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 들어와 지난 1993년 한국 최초의 ‘과학로켓(KSR-Ⅰ) 개발사업’에 처음 참여했다. 이후 중형로켓개발 그룹장과 액체로켓(KSR-Ⅲ) 사업단장, 우주발사체 사업단장, 발사체 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로켓개발 분야 베테랑으로 거듭났다.
2005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계분야 전문위원, 국방연구개발 전문위원,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 미래창조과학부 우주분야 자문위원 등의 역할도 수행했다.
2003년 KSR-Ⅲ 개발 책임의 업적으로 과학기술훈장 도약장을, 10년 뒤인 2013년에는 나로호 프로젝트 수행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과학자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받았다.
내부에서 기관장으로 무리 없는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