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완성차 및 부품업체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중국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독일과 일본 업체는 우리나라보다 10배 이상 많은 대규모 자금을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차세대 자동차 기술 경쟁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중국의 추격은 거세지는 ‘넛크래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전자신문이 주요 국가별 자동차 산업 연구개발 투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3년 총 22억4340만유로(약 2조7906억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집행해 국가별 순위에서 6위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중국의 연구개발 투자는 총 21억1620만유로(약 2조6324억원)로 우리나라와의 차이는 15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유럽위원회(EC)가 발간한 전 세계 연구개발 투자 상위 2500개 기업 중 자동차 부문만 별도로 분석한 결과다. 연간 연구개발 투자액이 1550만유로(약 193억원)가 넘는 148개 완성차 및 부품업체가 대상이다.
가장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집행한 국가는 독일로 나타났다. 독일은 총 309억2720만유로(약 38조471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로 일본(236억2000만유로), 미국(124억6860억유로)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독일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0배 이상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했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그만큼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독일은 3대 완성차 그룹(폴크스바겐·다임러·BMW)이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가운데 보쉬, 콘티넨탈, ZF, 헬라 등 총 15개 기업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은 총 43개 기업이 포함돼 가장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완성차 ‘빅3’인 도요타, 혼다, 닛산을 필두로 덴소, 아이신 등 부품업체가 연구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도 GM, 포드를 비롯해 존슨 콘트롤스, 오토리브 등 23개 업체가 포함됐다. 이 외에 프랑스(52억2330만유로), 이탈리아(36억9520만유로)가 우리나라보다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했다.
우리나라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만도, 넥센타이어가 포함됐지만 타이어 2개사를 제외하면 순수 완성차 및 부품업체의 연구개발 기반은 상당히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연구개발 체계는 소수의 완성차와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돼 있다”며 “앞으로 친환경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시스템 등 차세대 자동차 기술 개발 과정에서 부품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평적인 분업구조로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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