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이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플랫폼을 내놨다. 빅리틀(bigLITTLE) 구조의 메인 코어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돼, 향후 프리미엄급 AP 성능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인 ARM이 차세대 모바일AP 아키텍처(설계) ‘코어텍스(Cortex) A72’를 공개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및 주요 외신이 4일 보도했다. 초고해상도(UHD) 모바일 게임 및 영상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둬 전보다 그래픽 처리 기능을 큰 폭으로 향상시켰다.
이안 퍼거슨 ARM 마케팅 부사장은 “이제 스마트폰은 모든 컴퓨팅 기기의 기본”이라며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폰이 각종 PC를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어텍스 A72에는 GPU 말리(Mali)T880와 이전보다 메모리 성능을 30% 높인 코어 연결(링크) CCI500을 적용했다. 운영 속도는 2.5기가헤르츠(㎓)다. TSMC의 16나노(㎚) 핀펫(FinFET) 공정에 최적화했다. 64비트(bit)용이지만 32bit 운용체계(OS)도 지원한다.
특히 그래픽 성능이 크게 나아졌다. 말리T880은 작년 출시된 말리T760보다 성능이 1.8배 정도 높지만 전력소모량은 60% 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전력소모량은 28나노에서 생산된 코어텍스A15보다 75%가량 줄였지만, 성능은 3.5배 향상됐다.
4K(3840■2160) 영상을 초당 120프레임으로 쪼갤 수 있어, 현재 1080p(1920×1088) 해상도에서만 사용 가능한 ‘슬로우모션’ 기능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센서와 스마트워치 등 다른 기기와 통신하는 데 쓰이는 전력은 별도 보관된다. 일명 ‘트러스트존(Trust zone)’을 설정, 4K 콘텐츠 해독시 따로 백도어(backdoor)를 지정하지 않고도 보안을 유지했다. 코어텍스 A72가 적용된 스마트폰은 내년 초 나온다.
코어텍스 A72는 빅리틀 구조에서 고성능 코어 역할을 맡던 기존 A15, A57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프리미엄급 모바일 AP의 성능 향상도 예측된다. 하지만 빅리틀 구조를 선택한 대부분의 AP제조사들이 최적화에 발목을 잡혀왔던 만큼 ARM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빅리틀 구조는 고사양이 필요할 땐 고성능 코어를, 간단한 작업 땐 저성능 코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코어가 서로 달라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변환 과정을 거친다. 이 작업이 쉽지 않고 코어마다 오버헤드가 달라 각 AP제조사들은 코어가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안정화에 애를 먹었다. 오버헤드는 시스템을 관리할 때 필요로 하는 CPU 타임이나 메모리 용량이다.
이에 ARM측은 매번 고객사에 안정화 작업을 별도로 지원하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ARM의 아키텍처를 사와 일부만 고쳐 사용하는 삼성 등의 AP제조사에게는 ARM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ARM은 칩을 만들지 않고 삼성, 애플, 엔비디아 등 대부분의 모바일AP 업체에 칩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주고 있다. 전세계 모바일 AP의 95% 가량이 ARM기반이다. 코어텍스 A72의 고객사로는 록칩, 미디어텍 등 10개 업체가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