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터치스크린 산업, 외형 성장했지만 속은 부실

국내 터치스크린 산업의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은 줄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으로 지난해까지 터치스크린 관련 업체수는 크게 늘었지만, 인듐주석산화물(ITO) 센서·커버유리 등 핵심 소재는 여전히 해외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중국 터치스크린패널(TSP) 업체의 저가 공세마저 심화되면서 한계에 몰린 국내 업체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4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인포(대표 백재영)에 따르면 국내 TSP 관련 업체수는 126개로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화되기 전인 2008년 대비 164.4% 증가했다. 터치스크린 산업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은 패널 업체로 69개사에 달했다.

터치칩 업체는 13개, ITO필름 등 소재 업체는 15개사로 집계됐다. ITO 글라스·임가공은 8개사로 조사됐다. 강화유리(커버) 업체는 21개에 달한다.

이처럼 국내 터치스크린 산업 외형은 확대됐지만 시장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ITO필름과 커버유리는 품질 및 가격 경쟁력에 밀려 일본·중국 기업이 국내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수요 감소로 국내 TSP 업체마저 재무 사정이 악화됐다. 상당수 TSP 업체들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반면에 커버유리는 국내 업체의 참여가 오히려 늘고 있다. 핵심 소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중소형 터치스크린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스마트폰·태블릿PC로 조사됐다. 대형 터치스크린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노트북PC·올인원PC·전자칠판 등이 손꼽힌다. 전체 터치스크린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여전히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조사됐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세계시장에 출시된 터치스크린폰은 2095종으로 전체 휴대폰의 77.6%를 차지했다. 지난해 673종의 터치폰이 출시돼 전체 휴대폰 시장의 93.6%를 차지했다. 터치스크린을 채택하지 않은 휴대폰은 6.4%인 46종에 불과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시장에 출시된 터치스크린폰은 26.9%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터치스크린이 모바일 기기 입력장치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69개 패널 업체 중 전문 기업은 26개사로 37.7%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 단말 키패드·부품 전문 12개사(17.4%), 디스플레이 업체 9개사(13%), IT부품·소재 19개사(29.5%)로 집계됐다.

최근 국내 터치스크린 산업이 침체된 이유로 업계 전문가들은 지나친 단가인하 요구, 업체 간 경쟁 심화, 세트 메이커 판매부진 순으로 대답했다.

백재영 와이즈인포 사장은 “국내 터치스크린 산업이 삼성·LG 등 스마트폰 수요 덕분에 성장했지만 최근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 속에 시장 상황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터치스크린 업체들이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는 등 거래처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