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3월부터 인터넷 실명제를 전격 도입한다. 가상사설통신망(VPN) 차단에 이어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이 국가 이익에 반하는 콘텐츠를 막는 새 규제 ‘인터넷 계정 명칭 관리 규정’을 발표하고 3월부터 실시한다고 5일 월스트리트저널 및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블로그뿐 아니라 웨이보 같은 마이크로블로그, 인스턴트메시지, 온라인 뉴스 답글이나 관련 서비스에 모두 적용된다.
국익에 반하거나 국가기밀, 인종 차별주의와 연관된 총 9개 범주에 속하는 사용자명은 사용이 금지된다. 음란물, 도박, 폭력, 테러, 미신 등에 관련된 사용자명도 마찬가지다. 개인 프로필 사진과 문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푸틴’, ‘오바마’, ‘피플스데일리(People’s Daily)’ 등의 위조 계정을 사용할 경우도 처벌 대상이 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위조 계정이 인터넷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혼란을 야기해 공산주의 가치에 심각히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 상당수는 지금까지 중국 사이버스페이스협회(CAC) 등의 패러디 계정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이번 규제로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은 인터넷을 사용하기 전 중국 당국의 법규를 존중한다는 내용에 동의해야한다.
인터넷 단속을 주관하는 대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중국의 각 인터넷 업체들이 이를 대신할 것으로 외신은 내다봤다. 웨이보는 중국 당국의 발표 이후 당국의 규제 정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달 정치, 음란물, 공공안보와 연결돼 ‘유해 사용자명’이라고 판단되는 293개의 계정을 삭제한 바 있다.
중국은 과거에도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고 웹 커뮤니티 사이트나 모바일 메신저 등에도 이를 적용했다. 그러나 고객 이탈을 우려한 해당 업체들이 이를 잘 따르지 않았다.
◇뉴스해설
중국 당국의 인터넷 통제가 본격화하면서 중국 정보통신(IT) 업계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각 업체들이 이를 거부할 수 있지만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인터넷 실명제는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업체에겐 큰 타격이다. 텐센트 ‘QQ’ 같은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 업체나 바이두의 커뮤니티 사이트 티에바(Tieba), 웨이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들은 한 사람이 다수의 계정을 가질 수 있게 해 사용자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왔다는 평을 들었다. 주 웨이 중국 정법대학 교수는 “한 사람이 한 계정만 쓸 경우 서비스의 사용량이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중국 IT업체들은 향후 사용자를 조회하고 활동을 추적하는 등에 관련된 운영비용까지 지불해야한다. 찰리 다이 포레스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은 각 업체들과 신원 확인을 포함한 규제 시행 세부 방안을 협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인터넷실명제를 거부할 수 있지만 정부가 사회안정·국가안보를 최상의 가치로 내건 만큼 이를 쉽사리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당국의 규제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최근 가상사설망(VPN)까지 차단하며 국내외 금지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막았다. 기존 트위터·페이스북뿐 아니라 구글 지메일 등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주요 포털 사이트 ‘왕이(넷이즈)’가 뉴스 및 정보를 불법으로 재배포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며 왕이뿐 아니라 주요 IT업체들의 관계자들을 불러 경고의 목소리를 전했다.
찰리 다이 포레스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업체나 사용자들은 반발하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며 “결국 대부분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주 웨이 교수는 “업체들로선 장기적으로 중국 당국에 더 큰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