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천안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국제농기계자재박람회’에서 관람객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은 제품이 있다.
국내 농기계 1위 업체인 대동공업의 전기 트랙터다. 국내에서 디젤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단 하이브리드 트랙터가 출시된 적은 있지만 순수 전기 트랙터를 선보이기는 대동공업이 처음이다.

두 개의 전기 모터에서 35마력의 힘을 내는 이 제품은 청소나 제설 작업 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심이나 상업용으로 제작됐다. 무선조종도 가능해 사람이 올라타지 않고도 작업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시대를 뛰어넘는 선도적인 제품을 생산한 대동공업 발전의 저변에는 지식재산(IP)-연구개발(R&D) 전략지원사업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대동공업은 트랙터, 콤바인 등 농경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을 생산하며 지난 60여년간 우리 농촌의 근대화와 기대 계산 발전을 이끌어왔다.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업이지만 해외시장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이종순 대동공업 이사는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라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후발주자이다 보니 선진 기업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을 방해했다”며 “그 중 특허로 인한 방해가 가장 많았다”고 회상했다.
2000년 미국에서의 특허소송을 시작으로 2005년과 2011년에 잇따라 소송을 당하면서 특허 분쟁에 발목이 잡혔다. 이 기간에는 신기술 개발도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미국 환경청의 배출가스(티어4) 규제도 발목을 잡았다. 일정 기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시장에 접근하지 말라는 일종의 무역 장벽이었다.
해외 판로 확보에 심각성을 깨달은 대동공업은 2011년 지식재산전략원의 IP-R&D 지원사업에 첫 노크를 했다.
당시 대동공업은 정부로부터 R&D 지원금 100억원, 회사 자금 200억원 등 300억원이 넘는 큰돈을 들여 티어4 규제 대응용 디젤 엔진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앞둔 상태였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그동안 투자한 모든 것이 허사가 될 지경이었다.
IP-R&D지원사업은 당시 곤경에 처해있던 회사에 한 줄기 희망이었다.
사업 수행기관인 지식재산전략원은 가장 먼저 대동공업의 요구를 파악, 분석하고 범위를 설정하는데 착수했다. 이어 시장 환경과 경쟁사 특허분석, 주요 핵심 특허 도출, 기술·경쟁사별 흐름도를 파악했다.
특히 경쟁사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핵심 특허 대응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R&D 과제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동공업은 특허 창출 13건, 차세대 유망기술 9건 발굴 등 성과를 거뒀고, 더불어 생산 제품에 대한 특허 분쟁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또 회사 임직원의 특허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특허 조사 및 분석 기법을 습득하게 돼 개인 역량도 높아졌다.
대동공업은 사업 참여 후 분쟁 가능성이 낮은 독자적 디젤 엔진 상용화 모델을 개발, 세계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도 크게 늘었다. 사업 참여 전에는 내수 시장 매출비중이 70%에 달했지만, 2014년에는 수출 비중이 50%로 크게 높아졌다.
이종순 이사는 “회사 역량만으로 힘들다고 생각한 시기에 IP-R&D지원사업을 만나게 된 건 정말 행운이었다”며 “덕분에 기업 인지도나 마케팅, 품질 가격 등 회사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직접 사업에 참여해보니 단순히 기술 보호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 트렌드는 물론이고 시장 변화에 맞춘 기술 개발 방향까지도 설정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IP-R&D는 회사 신 성장에 큰 자산이 됐다”며 “사업 참여를 통해 쌓은 IP-R&D 노하우로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초석을 더욱 단단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