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은 대체로 무난한 수준이며, 사실상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중국과 대만의 조건부 승인 선례가 있는 만큼 ‘시정 수준’이 문제일 뿐 기업결합 자체를 불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중국 정부가 정한 기준 이상의 까다로운 조건을 둘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MS에 △표준특허(SEP)의 프랜드 의무 준수 △판매금지청구소송 금지 △비표준특허(non-SEP)는 향후 8년 동안 현행 특허료 수준 초과 금지 등을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대만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운용체계(OS)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부당한 특허료 책정이나 차별적 조건 부과를 금지했다.
MS가 대체로 무난한 시정안을 내놨지만 향후 업계 의견수렴 과정에서 일부는 추가·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MS가 가진 특허가 국내 스마트폰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탓이다. 공정위는 “MS는 모바일 OS의 구동에 필수로 사용되는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모바일 특허시장에서 강력한 독과점사업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동안 공정위가 다양한 업계 의견을 수렴해온 만큼 최종 결정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동의의결 내용은 상반기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1개월 동안 MS와 협의를 거쳐 잠정동의의결안을 결정한다. 이후 1~2개월에 거쳐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검찰총장과 서면협의를 마무리하고 다시 공정위에 상정해 확정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5~6월께에는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되는 동의의결 내용과 더불어 관심을 모으는 것은 노키아에 대한 심사 결과다. 공정위는 노키아가 MS와 달리 동의의결을 신청하지 않아 통상적인 심의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노키아가 이번 결합 후 단말기를 생산하지 않게 되면 사실상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돼 자신이 보유한 모바일 관련 특허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노키아는 이번 모바일 단말기 사업부 매각과는 관계없이 모바일 관련 특허를 계속 보유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판단에 따라 노키아는 NPE로서 국내 사업 추진에 일부 제한이 생길 수 있다. 그동안 공정위가 NPE의 특허권 남용 제재를 강조해 온 만큼 이번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공정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번 동의의결 절차 개시 승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공정위의 결정은 기업결합에 처음으로 동의의결제를 적용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난해 5월 공정위는 네이버·다음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동의의결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12월 SAP코리아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도 적용해 지금까지 총 3건의 동의의결 개시를 승인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제도는 과거의 법 위반 행위를 제재하는 담합이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등과는 달리 장래 경쟁제한 가능성을 미리 심사해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업자가 스스로 제출한 시정방안을 토대로 장래의 시장상황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면 경쟁제한 우려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