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위 정유사 동시 영업적자 초유의 해

에쓰오일이 34년 만에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SK이노베이션도 37년 만에 같은 상황에 놓였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적자전환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지난해는 정유업계 1~3위 기업이 동시에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초유의 해로 남을 전망이다. 업계는 최근 악재가 겹친 정유업계 상황을 대변하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이 유력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액 65조8757억원, 영업손실 2241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에쓰오일은 매출액 28조5576억원, 영업손실 2589억원을 기록하며 양사 모두 30여년 만에 쓴맛을 봤다. 여기에 12일 실적 발표를 앞둔 GS칼텍스도 영업적자를 기록이 유력하다. GS칼텍스는 3분기까지 누적 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4분기 4000억원 안팎 손실이 예상된다.

국내 정유업계 1~3위 기업이 동시에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다수의 악재가 지난 한해 집중된 영향이 컸다. 수년 전부터 정제마진 감소 등으로 인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2011년 4.3%에서 2012년 2.3%, 2013년 2.1%로 매년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중동지역 석유제품 생산량 증가,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정제마진이 반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3년 3분기 이후에는 석유사업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지난해 4분기 재고평가손실만 1조원가량이다. 이전까지 손실을 메워온 화학·윤활유·자원개발사업도 마진 감소, 유가 하락 영향으로 이익률이 감소했다. 과거 국제유가 하락, 환율 급등 등으로 수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지난해와 같이 총체적 위기에 빠진 상황은 드물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정유사는 2001년과 2008년을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해로 꼽는다. 2001년 SK, LG정유, 에쓰오일, 현대정유 등 당시 국내 정유사는 총 21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업계 합계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1991년 이후 10년 만이었다. 환율 급상승으로 막대한 환차손을 입었고 담합에 따른 공정거래위 과징금 부과 등으로 영업외 손실도 적자폭을 키웠다. 하지만 당시에도 현대정유와 인천정유가 각각 1881억원, 264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뿐 SK, LG칼텍스, 에쓰오일은 흑자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반 급등한 2008년은 상황이 더 나빴다. 그 해 8월 120달러선을 오가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넉달 만에 30달러 중반대까지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연초 900원대에서 연말 1100원대를 넘어서며 정유사 부담은 극에 달했다. GS칼텍스가 당기순손실 832억원을 기록하며 1981년 오일 쇼크 이후 27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때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흑자를 유지하며 선방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는 시황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상황에서 환율, 유가 변동에 따라 업계 실적이 좌우되는 경향이 강했다”면서 “현재 정유업계 상황은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 동시에 발생한 데다 유가까지 급락해 사실상 거의 모든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