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3000억 중소기업 PC조달시장 잡아라]PC조달 중기만의 시대 마침내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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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진정한 중소기업 간 경쟁이다.’

2012년만 해도 정부 개인컴퓨터(데스크톱PC)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2%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비중은 2013년 53.3%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는 73.0%로 확대됐다. 올해는 그 비중이 100%로 증가한다. 바로 PC가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슈분석-3000억 중소기업 PC조달시장 잡아라]PC조달 중기만의 시대 마침내 도래

조달 시장은 아직 큰 동요가 없다.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PC가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후에도 혼란 등 별도의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정부조달컴퓨터협회가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한 276개 수요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우 만족’ 68.1%를 포함해 전체의 93.8%가 ‘만족’이란 답변이었다. ‘불만족’ 답변은 1.8%에 불과했다. 그만큼 데스크톱 PC는 중소기업 제품도 대기업 제품에 버금간다는 반응이다. 서비스에서도 ‘만족’이 93.5%로 ‘불만족’(1.1%)을 압도했다. 재구매에 나서겠다는 응답 비율도 98.6%에 달했다. PC시장이 빠르게 중소기업 중심으로 안착된 것이다.

이 기간 중소기업은 대기업 수준에 못지않게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정을 주도한 정부조달컴퓨터협회(조달컴퓨터협회)는 애프터서비스(AS) 불만을 막기 위한 공동망 서비스와 도산에 대비한 공동사후보증사업을 강화했다. 공동망 서비스는 협회 회원사 11곳의 서비스망을 하나로 묶어 신속한 초기 AS 및 고품질 서비스를 위해 마련했다. 현재 공동망서비스 규모는 790여개에 달한다. 공동사후보증사업은 협회 보증으로 중소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회원사의 서비스망과 인력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조달시장에서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오자 중소기업 간 경쟁은 심화됐다. 제도 시행 직전인 2012년만 해도 참여 중소기업 수는 13곳에 불과했지만 2013년 19곳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29곳으로 증가했다. 2년 사이 두 배 이상 업체 수가 늘어났다. 이 추세는 올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조달컴퓨터협회에 따르면 2012년과 비교해 2013년 회원사 11곳의 고용인원은 100명 이상이 늘어난 897명에 달했다. 1년 사이 19.4%의 고용이 증가했다. 공장의 가동률도 61.8%(2012년)에서 70.9%(2013년)로 10%포인트가량 늘었다. 지난해 PC조달시장에서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중소벤처기업은 11곳에 달했다. 제도 시행직전인 2012년에는 삼보컴퓨터·에이텍·대우루컴즈·주연테크·늑대와여우컴퓨터·레드스톤시스템 6곳에 불과했으나 2013년 성주컴텍이 추가됐고 다시 지난해 컴트리·다이나젠·다나와컴퓨터·트리엠(티컴) 등이 ‘10억 클럽’에 가입했다. 이 수치는 공공기관과 총액계약을 한 실적은 제외된 것이다. 특히 삼보컴퓨터(901억원), 대우루컴즈(571억원), 에이텍(467억원), 주연테크(143억원) 레드스톤시스템(101억원) 등 5곳은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레드스톤시스템은 2012년 PC 조달 규모가 19억원대에 그쳤지만 2년 사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외산제품을 대체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조달컴퓨터협회 관계자는 “제도 시행으로 최소 352억원 이상의 외산제품 또는 해외에서 생산되던 PC가 국산 제품으로 대체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기업들은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힘을 쏟는다. 제대로 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도 시행 첫해인 만큼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제품 라인업도 늘리고 있고 영업인력도 강화한다. 삼보컴퓨터·대우루컴즈·에이텍 등 선두업체은 그동안의 점유율을 무기로 비중을 확대하고자 한다. 다른 곳도 뒤처지지 않도록 나름대로의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을 뚫고 있다. 컴트리는 물리·논리적 방식을 결합한 새로운 망분리 PC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조달청 선정 우수제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숙영 컴트리 대표는 “중소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대기업의 영업을 따라갈 방법은 없다”며 “중기 간 경쟁제도는 중소기업이 공존하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우수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이병권 중소기업청 공공구매판로과장은 “PC에서는 중소기업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는 중소기업이 다른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