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택진 대표 연임 사실상 동의, "사태 책임은 소극적인 엔씨에…" 양면전술

넥슨이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엔씨소프트 주주총회를 앞두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연임에 사실상 동의했다. 하지만 △등기이사 선임시 넥슨 추천 인사 선임 △실질주주명부 열람과 등사 등을 공식 요구했다. 경영권 인수에서는 한 발 물러섰지만, 최대주주로서 다양한 요구를 적시하고 압박하면서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됐다.

넥슨은 5일 엔씨소프트 최대주주 자격으로 지난 3일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공식적으로 주주제안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넥슨은 공문에서 “당사는 지난 2년 반 동안 경영 참여 없이 엔씨소프트와 다양한 협업 기회를 모색해 왔으나 단순 투자자로서 역할이 제한된 기존 구조로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민첩히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다”며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김택진 대표이사를 제외한 다른 이사 교체 혹은 추가선임이 발생하는 경우 당사가 추천하는 후보 이사 선임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넥슨은 등기이사 선임 등과 함께 △넥슨을 포함한 제3자와 협업 강화를 통한 다양한 수익원 발굴 △전자투표제 도입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 처분 △적극적인 주주이익 환원(자사주 매입 ,소각, 배당) △보유 자사주 소각 △김택진 대표이사 특수관계인으로 연간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하는 비등기 임원 보수 내역과 산정 기준 공개도 요청했다.

넥슨 관계자는 “효율적이고 투명한 기업 경영과 주주 가치 증대를 위한 것”이라고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김택진 대표를 제외한 등기이사 교체요구는 엔씨소프트의 실질적인 ‘오너’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넥슨 쪽 등기이사 선임요구도 ‘교체사유가 발생할 시’라는 단서를 달았다. 넥슨 관계자는 “주총 2주전에 안건이 공개되는 만큼 이사 교체 등을 미리 알 수 없어 조건을 단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구조건은 분명히 했다. 특히 3자협업 지속과 더불어 특수관계인, 보수 내역과 부동산 등 자산 내역을 넥슨에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이번 사태 책임이 파트너와 협업에 소극적인 엔씨소프트 경영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주이익 환원은 주주를 중심으로 한 여론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넥슨이 주주제안을 공개하면서 주총 전 ‘경영권 분쟁’ 마무리에 속도를 붙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씨소프트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택진 대표 연임에 사실상 동의하는 등 일부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이 보인다”며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마련하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제안에 대해 “최근 양사가 경영진과의 대화 채널을 다시 가동하는 가운데 나온 넥슨재팬의 일방적인 경영 의견 제시는 시장의 신뢰와 대화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며 “전체 주주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혁신적인 기술개발과 고객 서비스 향상에 노력하고, 이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변함없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