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이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으로 어수선하다.
작금의 상황을 타개하고자 수많은 IT융합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회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낼 기술들 말이다.
생산 측면에서는 원가를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생산 설비를 이끌어내는 IT가, 소비 측면에서는 구매 욕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편리하거나 획기적인 기능을 가진 IT가 주목받고 있다. 모두 ‘돈 되는’ IT다.
사회 분위기가 이렇듯 경제 활성화, 생산성 증대, 일자리 창출만을 강조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돈 안 되는’ IT에는 투자나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바로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 공공분야 IT 이야기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교통카드 시스템은 대표적 IT 인프라다. 이 교통카드 시스템이 없다면, 우리는 여전히 매번 현금을 꺼내들거나 티켓을 구매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용자는 신용카드에 또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능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교통카드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끊김 없고 불만 없는 서비스를 위해, 또 해킹에 대응하고 완전한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야만 한다.
돈이 되진 않지만 오로지 모든 국민이 대중교통을 불편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예는 또 있다. 해외여행 자유화로 누구나 외국 여행을 하려면 여권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국민은 스마트카드 칩이 내장된 전자여권을 누구나 갖고 있다. 이 역시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제성 측면에서는 그다지 효용성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도 보안기술이 반영되어야 하고 얼굴 또는 지문 인식기술이 반영돼야 한다.
나날이 교묘해지는 해킹, 바이러스, DDoS 등 사이버공격은 또 어떠한가?
이 역시 꼭 대응해야 하지만, 우리 경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과연 우리는 사회가 안전하게끔 ‘돈 안 되는’ IT에 만족할 만한 투자는 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연구원 생활의 많은 부분을 정보보안과 국방-IT융합이라는 분야에서 활동했다. 그러다보니 돈 되는 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돈 안 되는 공공 분야에 더 많이 눈이 가게 됨은 사실이다.
수년 전 ‘스마트국방’이라는 개념을 얘기한 적이 있다. 무기로만 대응할 것이 아닌, 똑똑한 IT를 접목해 국방 분야도 효율성을 제고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 또한 수요처가 명백한 ‘돈 안 되는’ 분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통일을 기대하지만 아직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쉬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무인기 투입 등 우리는 이러한 것에 대응하면서 안전한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많은 군인 또는 국방관련 학자들은 네트워크 중심전(NCW, Network Centric Warfare)으로 전쟁 양상도 변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데, 이를 구현하는 데에는 IT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에게는 ‘잘 보고 잘 때리자’라는 문구와 같이 침입을 잘 탐지하기 위한 센서의 수가 무수히 많아지고, 효율적인 전달이 가능하도록 고급 통신장치를 사용하며 정확한 타격이 가능한 고급 무기체계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아마존 등의 드론이 주목받고 있다. 물류대란을 해소하고 복잡한 교통지옥을 벗어나 이득이 크다고 하지만 드론의 무기화를 생각한다면 새로운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안전한 국가를 위해서라면 이에 대비할 수 있는 IT에도 적극 투자해야 할 것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경제 규모와 고용 창출은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탄탄한 국가 안보와 사회적 인프라 위에서 이룰 수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성이 없더라도 안전하고 건실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돈 안 되는’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해야 한다. 안전과 편의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교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kyoil@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