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공단으로 기관명을 바꾸는 올해가 ‘퀸텀 점프’를 이뤄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역할이 커지는 만큼 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 명실상부한 에너지 전문기관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변종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2015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에너지관리공단이라는 이름의 ‘관리’가 주는 수동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창조경제 시대가 요구하는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변 이사장은 “기존 공급 위주 에너지 정책이 수요 중심으로 전환되는 산업적 흐름을 반영해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 기후변화 등에 포괄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미래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에너지 취약계층에 연탄·LPG 등 에너지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시작해 종전 ‘규제’ ‘진흥’이라는 접근 방식에 ‘에너지 복지’라는 개념을 새롭게 가미한다.
규제·진흥·복지의 3차원 ‘대국민 종합서비스 기관’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것이 변 이사장의 포부다. 그동안 기반을 다져온 에너지신산업, 신재생에너지연료의무혼합제(RFS) 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산업계 기후변화 대응 전문기관의 수장으로서 2020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는 ‘현실감’을 강조했다.
그는 “먼저 올해 시행된 배출권거래제를 잘 정착시키고 국제사회에 우리의 노력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함으로써 우리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충분히 국제사회에 전한 만큼 이제는 명분과 실속을 동시에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선진국과 개도국 등 각국의 대응 상황을 봐가며 국내 산업계가 수용 가능한 적절한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저유가와 전력 공급 과잉 상황에는 우려를 표했다. 기름값이 싸고 전력 수급난이 사라져 자칫 에너지절약에 관심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변 이사장은 “근래 몇 년 동안 전력 공급이 부족했는데 갑자기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해 에너지절약에 국민적 관심이 줄었다”며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96%인 우리나라는 국제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언제 어떻게 어려움이 닥칠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절약, 효율개선, 온실가스 감축 등을 생활습관화하고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사업과 시설 개선 투자를 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선제적이고 슬기로운 대응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에너지관리공단의 중점 운영방향은.
▲오는 7월 29일자로 ‘에너지관리공단’은 ‘한국에너지공단’으로 문패를 바꿔 달아 그간의 수동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벗어난다. 이름만 바꾸는 게 아니라 창조경제 시대가 요구하는 공단의 정체성을 재정립해 ‘제2의 창사’를 한다. 여기에 더불어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새롭게 시작해 ‘규제·진흥·복지’라는 3차원의 ‘대국민 종합 서비스 기관’으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효율자원시장 시범사업 착수, 자동차 연비센터 준공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그동안 탄탄히 기반을 다져온 에너지신사업, RFS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고자 노력할 계획이다.
또 정부의 ICT 기반 신에너지수요관리 정책방향에 맞춰 수요관리 중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에너지관리 통합서비스, 태양광 대여사업, 전기차 서비스와 유료충전 등을 포함하는 6대 에너지신산업 활성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와 연계한 신재생에너지연료혼합의무화제도(RFS), 신재생열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HO) 등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창출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창출하겠다.
또 울산으로의 지방 이전에 대비해 지역본부 총괄기능을 기획조정실로 이관했고 본사와 지역본부 간 기능을 재정립하고 지역본부 활성화 기반을 마련해 지자체와 지속적인 협력을 강화하겠다.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에너지절약에 관심이 소홀해지고 에너지신산업 역시 저유가 역풍이 우려된다. 이의 대처 방안은.
▲국제 유가하락이 국내 산업에 호재로 작용하나 이와 동시에 저금리·저환율에 따라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면서 시장 전망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게다가 대외 에너지 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약해진다면 또다시 단기적인 시각에 치우쳐 에너지다소비 사회로 회귀하는 우를 범할 것이다. 다가올 태풍과 장마에 대비해 집을 수리하고 우산과 비옷을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유가 덕분에 기업 생산 비용이 하락해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금이 에너지절약과 신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다. 이를 위해 과거 규제 회피 위주 에너지 절약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적인 에너지 절약 투자 관리를 선행해 관련 설비의 투자와 기술 개발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유도하겠다.
에너지신산업 측면에서도 저유가는 어려움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는 ‘이환위리(以患爲利)’의 기회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 지원과 안정적 민간 투자 유도로 에너지 신산업 창출 교두보를 구축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범조직 차원에서 에너지신산업 워킹그룹을 구성해 전사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태양광렌털 사업,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 등 에너지신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ICT와 금융, 서비스 산업 등이 결합되는 포스트-신산업 모델을 발굴해 지속적이고 창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
-해외 에너지효율 향상, 기후변화 등 협력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데.
▲에너지관리공단은 개도국 에너지 부문 역량 강화와 국내 기업 해외진출 지원 협력사업을 지난 2008년부터 추진 중이다. 협력 대상국 및 국제기구 등과 다양한 공동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은행(WB), 미주투자공사(IIC), 아시아개발은행(ADB)과의 협력 사업으로 중남미 및 아시아의 에너지다소비 산업체 효율 향상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ASEAN에너지센터(ACE)·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와는 각각 아시아·동아프리카 개도국을 대상으로 에너지 정책 공유의 장을 제공했다.
올해는 개도국이 요구하는 맞춤형 효율 정책을 전수해 에너지관리공단의 위상을 더욱 제고할 것이다. 또 국제기구와 협업을 강화해 국제 사회에 한국 에너지 정책의 우수 사례를 알리는 데 방점을 둘 것이다. 오는 6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ADB와 아시아청정에너지포럼을 공동 개최하는 한편 세계은행(WB)과는 파키스탄, UNIDO와는 동아프리카·우즈베키스탄·페루 등지에서 산업체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협력 사업과 정책 자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 30여년간 에너지 효율 향상, 신재생에너지 보급, 온실가스 감축 사업 등을 선도하며 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기구와의 협력사업으로 우수한 에너지절약·효율향상 기술을 홍보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육성 및 일자리 창출에 일조해 공공기관의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데 노력하겠다.
[올해 새롭게 시작되는 사업]
에너지관리공단은 정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에너지바우처 사업 전담기관으로서 올해 말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저소득층 중 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인 노인·아동·장애인가구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 난방 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는 쿠폰(카드)을 지급하는 에너지 복지사업이다. 하반기 결제·운영 등 바우처시스템과 통합 전산시스템을 설계·구축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사업 성공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원활한 협조체계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정부의 에너지 신산업 창출 방안에 따라 에너지관리공단은 6대 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확산하고자 단계적인 사업 추진을 전개하기로 했다. 시장확산형과 시장창출형으로 분류해 속도감 있는 정책 지원에 나선다. 에너지신산업 기술 개발, 투자 확대 등 자생적 시장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한편 사업화 모델 수정·보완 등 포스트-신산업 대응과 민관 소통 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 7월 신재생에너지연료혼합의무화제도(RFS)를 본격 시행한다. 이 제도는 석유정제업자·수입업자 등 수송연료 공급자가 기존 경유·휘발유에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연료를 일정 비율 혼합해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간 자발적 혼합 사용을 유도해오고 있었으나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7월 바이오디젤 2% 혼합 의무화가 시행된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제도 조기안착을 위해 하위 법령을 정비하는 동시에 조직 정비와 실무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또 올해 자동차 연비 전문 연구센터를 준공해 한국형 연비 시험방법 개발에서 나선다. 표시연비와 체감연비 격차를 해소하고 친환경차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연비 제도 적기 개선, 연비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변종립 이사장은]
1961년 서울 출생인 변종립 이사장은 행정고시 27회(1984년)로 공직에 몸담았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담당관, 투자정책관, 기후변화에너지자원개발정책관 등을 두루 거친 후 지난 2013년 6월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에너지관리공단 직원들이 말하는 변 이사장은 “역대 이사장 중 가장 스마트하고 격의 없으며 합리적인 인물”로 정리된다. 권위는 찾아볼 수 없고 수십년 일한 선임 직원부터 몇 년 안 된 신입의 목소리도 듣고 싶어 직접 찾아 소통하는 리더다.
취임 직후 ‘활력·소통·도전’이라는 새로운 경영 방침을 수립하고 조직 혁신을 위한 별도의 미래전략TF를 구성·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경영 방침이 조직 내부에 효과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100일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혁신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변 이사장은 상하 간 소통을 위해 매주 기관장을 포함한 임원·실장이 직원들에게 일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연애편지’를 발송하고 있으며 격주로 주요 현안의 ‘현안소통회의’와 한 달에 한 번 ‘전 직원 소통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임원진과 보고자가 한자리에 모여 명확한 의사결정을 진행해 불필요한 보고 시간을 줄이는 ‘열린 한방 보고’도 도입했다.
변 이사장의 생활신조는 ‘매 순간을 소중히 살아라’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엄스 분)이 학생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그는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미리 준비하고 비전이 있어도 마음대로 안 되고 불확실한 것이 계획”이라며 “따라서 순간이 모여 더 나은 자신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 이사장은 “욕심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주변에 멘토나 벤치마킹하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가깝게는 힘든 일이나 걱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족부터,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싶은 점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변 이사장의 취미는 메모다. 그는 “‘일기’라고 하면 거창하고 당시 생각과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한 메모 정도를 자주 한다”며 “쓴 글을 후에 읽어보며 그때 이런 일이 있었구나, 회상하며 웃기도 하고 혹시 나중에 책을 쓴다거나 하는 기회가 생길 때 그 당시의 사건, 나의 생각을 돌이켜 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