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서부에 위치한 룩셈부르크에 글로벌 특허가 몰리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지난 2003년 조세회피처 가운데 가장 많은 총 700여개 특허가 양도됐다. 2012년(280여개)과 비교해 1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했다. 그 결과, 가장 오래된 특허 조세회피처인 케이만군도(270여개)를 뛰어 넘어 최다 특허양도 지역으로 부상했다.
◇ 전 세계 260여개 기업 특허, 룩셈부르크로 이동
룩셈부르크는 거리가 가까운 유럽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과 우수한 금융 인프라 등이 부각돼 특허 양도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조세회피처가 됐다. 이 지역에 특허를 양도한 글로벌 기업은 △델파이오토모티브시스템 △FCI오토모티브홀딩스 △노키아 △알카텔 △산요전기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 NPE인 프랑스계 톰슨라이선싱도 룩셈부르크에 특허를 대량 양도했다.
룩셈부르크는 인구수가 50만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1인당 GDP는 10만 달러가 넘는다. 룩셈부르크가 별다른 산업 기반 없이도 높은 GDP를 유지하는 것은 기업에 유리한 조세 정책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영역이 특허 관련 부문이다. 룩셈부르크는 IP 관련 세율이 면제다. 반면 주변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26% 수준이다. 그 결과 유럽은 물론 세계 각지 260여개 기업이 룩셈부르크 현지법인에 특허를 양도했다.
룩셈부르크에서 특허를 많이 보유한 기업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과 대형 특허 거래를 진행한 공통점이 나타난다. 특허를 100개 이상 보유한 룩셈부르크 현지 기업은 총 5개사로 △BWI컴퍼니 △델파이인터내셔널오퍼레이션스룩셈부르크 △지온네트웍스 △샘소나이트IP홀딩스 △몰드마스터스룩셈부르크(공동 소유) 등이다.
이 가운데 BWI컴퍼니와 델파이인터내셔널은 모두 미국계 자동차 부품기업인 델파이로부터 특허를 전량 양도받았다. 또 지온네트웍스는 노키아지멘스네트워크로부터 특허를 120여개 매입했다. 샘소나이트 IP홀딩스는 샘소나이트 IP 계열사로 파악된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영향력을 확보한 기업의 특허가 룩셈부르크로 향하고 있다는 의미다.
◇ 조세회피처에 몰리는 글로벌 특허
룩셈부르크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 분포한 조세회피처는 해외에서 몰려드는 특허로 들썩인다. 조세회피처에 특허를 양도하는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가 된 것이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특허분석 전문기업인 광개토연구소(대표 강민수)가 공동 발행한 IP노믹스(IPnomics) 보고서 ‘특허보물섬, 조세회피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4~2013년) 총 1만 5000여개 특허가 조세회피처로 이동했다.
지난 10년간 특허가 가장 많이 양도된 조세회피처는 케이만군도로 총 4,400여개 특허가 양도됐다. 룩셈부르크와 버진아일랜드가 각각 2600여개, 2000여개 특허가 유입돼 뒤를 이었다. 이외에 △사모아 △버뮤다 △지브롤터 등도 최근 들어 특허 양도가 크게 늘었다.
※ 상세한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http://www.ipnomic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강욱기자 wo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