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휘두른 칼날에 글로벌 정보통신(IT) 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중국 당국이 외국 기업 옥죄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부터다. 퀄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수의 기업들이 대상에 포함됐다. 각 업체들은 중국 내수시장을 놓칠 수 없어 당근책을 내놓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쌓으려 애를 쓰고 있다.
퀄컴은 지난 2013년 11월부터 중국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받기 시작했다. 퀄컴이 통신기술 특허 로열티를 독과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퀄컴은 중국 정부에 10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내게 됐다. 이는 중국이 기업에 부과한 벌금 중 최대 액수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5월 금융기관의 IBM 서버 의존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국영 기업과 정부 기관에 애플, IBM 등 외국기업들의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MS 윈도8 사용을 금지시켰다. 이후 반독점법 위반과 판매가격 책정을 문제 삼아 자국 4개 도시의 MS 지사에 대한 전격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IT업계는 ‘당근책’으로 중국 정부를 회유하는 모양새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젊은 층의 IT에 대한 높은 관심 등 IT업체에게 중국은 기회의 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퀄컴은 반독점법 조사 이후 중국 당국에게 화해의 신호를 보내는 데 주력했다.
퀄컴은 지난해 7월 중국 최대 반도체 외주생산 업체 SMIC와 28나노(㎚) AP 생산 계약을 맺었다. SMIC는 이전까지 퀄컴의 전력관리칩(PMIC) 등을 만들었지만 공정 기술력이 떨어져 28나노 수율 확보 등에 애를 먹었다. 이에 당시 퀄컴이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대두됐다.
뿐만 아니다. 퀄컴은 지난해 중순 중국 벤처 기업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뒤 연말 중국 소프트웨어 업체와 벤처투자업체 차이나월든벤처인베스트먼트에 4000만달러를 투입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중국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쌓으려는 업체 중 하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회동을 가졌고 최지성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전자 임원들도 지난해 중국 시장을 직접 점검하기에 나섰다.
MS도 마찬가지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지난해 9월 중국을 방문해 정부 측과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적극 밝혔다.
아예 시장에서 철수한 업체들도 있지만 중국 시장의 성장세만큼 입은 피해도 만만치 않다. 구글은 중국 정부 규제에 반발해 중국 본토에서 사무소를 철수했다. 그 사이 ‘바이두’가 급성장해 구글은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