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2TV 11일 개국…`EBS2 특수 없다`

EBS의 지상파 다채널방송(MMS) EBS2TV가 11일 개국하는 가운데 2004년과 같은 ‘EBS 특수’가 재현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11년 전과 다른 시장 환경과 함께 TV 콘텐츠의 이용 환경에도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유통업계는 EBS2 개국에 즈음한 별도의 마케팅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정부의 EBS 수능연계 방침에 따라 EBS가 유료방송 채널 EBS플러스1을 통해 수능방송을 시작한 2004년 ‘수능 특수’를 겨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LG경제연구원은 TV는 물론이고 VCR·PC 등의 판매가 확대돼 경제효과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자·유통업계도 불경기 속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좋은 일을 한다”며 각종 아이디어 상품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지상파 다채널방송(MMS) EBS 2TV(채널 10-2) 시험방송 화면 캡쳐
지상파 다채널방송(MMS) EBS 2TV(채널 10-2) 시험방송 화면 캡쳐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EBS 콘텐츠 접속 경로가 TV보다는 인터넷에 집중되면서 TV, TV수신카드 등 ‘수능 가전’이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경험에서 나온 학습효과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사들은 당시 공부방용 TV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20인치 이하 소형 TV를 출시했지만 큰 판매신장을 보지 못했다. 시청 중 다른 상업채널로 이동하는 등의 부작용과 통신사를 중심으로 한 초고속인터넷 확산 노력으로 EBS 콘텐츠 주 이용 패턴이 PC를 통한 주문형비디오(VoD)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BS2 효과는 일부 영·유아, 어린이를 위한 영어교육 프로그램 시청을 위한 ‘세컨드 TV’ 마련 등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날로그 TV가 주류였던 11년 전과 달리 최근 보급된 디지털 TV는 전자프로그램가이드(EPG)와 개인용 녹화 기능(PVR), 채널 잠금 기능 등이 보편화 돼 ‘맞춤 시청’ 편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도 조용하다. 2004년 각종 ‘수능 기획전’을 마련해 ‘수험생 가전 시장’을 열었지만 올해에는 마케팅 계획을 잡은 곳이 없다. 수험생 개인이 1대 1로 방송을 접하는 수능방송과 달리 이번 EBS2는 어학과 초등, 중학, 다문화 콘텐츠에 집중돼 TV, PC의 신규 수요창출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 컸다.

‘EBS2 효과’는 안테나 시장에만 국한될 전망이다. EBS2(채널 10-2)가 EBS1(채널 10-1)의 지상파 채널 대역을 분리해 송출되는 만큼 지상파 수신이 양호한 대도시 등에서는 안테나를 달면 무료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가정에서는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직접수신을 선호하기도 해 침체에 빠졌던 안테나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안테나 업계는 기대 속에서 EBS2의 안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안테나 업체 이노링크의 조대형 이사는 “EBS2 개국은 새로운 기회”라며 “시청자가 EBS2 등 지상파 MMS를 필요할 수준의 콘텐츠 경쟁력이 갖춰지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