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시트로앵(PSA)이 이르면 올 하반기 국내에서 수동변속기의 일종인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 대신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1600㏄급 소형차를 출시한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기존 변속기를 교체해 인기가 높은 소형차 시장을 공략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PSA는 올 하반기 국내에서 판매하는 소형 차량부터 MCP 대신 자동변속기를 탑재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PSA는 국내 출시 모델을 포함한 1600㏄급 소형차 대부분에 MCP(시트로앵 브랜드 EGS·Electronic Gearbox System)를 채택해 왔다.
MCP와 EGS는 PSA의 독특한 변속기로, 자동으로 제어되는 수동변속기다. 변속기 구조 자체는 수동변속기와 같지만 클러치 페달이 없다. 변속 타이밍에 맞춰 전자장치가 자동으로 클러치를 조작해주는 원리다. 기본적으로 수동 기반이기 때문에 자동변속기의 주차(P) 모드도 없다.
MCP는 연료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승차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변속기 교체가 이뤄지면 PSA 소형차가 국내 시장에서 대중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소비자 대부분이 자동변속기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MCP가 차량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변속기 교체에 따른 연비 하락과 가격 상승이 관건이다.
PSA의 변속기 교체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000㏄ 미만 소형차 인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출시한 1600㏄급 소형 SUV ‘푸조 2008’은 사전 계약 건수만 1000대를 넘어서고 단일 모델로는 한국 진출 이후 최다 판매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푸조·시트로앵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올해 주력 차종인 푸조 308, 시트로앵 C4 피카소·그랜드 C4 피카소에도 1600㏄ 엔진을 도입할 계획이다. 1600㏄ 엔진 라인업 확대와 변속기 교체가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유럽 이외 지역에서 차량 판매가 꾸준히 늘면서 MCP를 자동변속기로 대체하는 방안이 본사 차원에서 2~3년 전부터 논의됐다”며 “변속기 교체가 논의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정확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