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팔면, 국내 시총 톱40 다 산다

애플의 시가총액이 10일(현지시각) 종가 기준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이 7000억달러가 넘은 것은 세계 증시 사상 처음이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나스닥시장에서 애플 주는 장중 한때 122.15달러까지 올랐다가, 전날 대비 1.92% 오른 122.02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를 근거로 계산한 애플의 시가총액은 7107억달러(약 775조원)로 집계됐다.

<인포> S&P500 상위기업들과의 시총 비교
 <자료: 블룸버그·FT>
<인포> S&P500 상위기업들과의 시총 비교 <자료: 블룸버그·FT>

지난 1980년 12월 상장 이래 애플의 시가총액은 5만% 이상 치솟았다. 애플은 지난해 11월과 지난주에 장중 한때 시가총액 7000억달러를 찍었다가 뒷심 부족으로 종가 기준에서 고배를 마시곤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주가에 발행주식 수를 곱해 산출하는 시가총액은 ‘기업가치’의 대명사다. 그만큼 해당 기업의 현재 몸값을 그대로 반영한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압도적이다. 엑슨모빌과 버크셔해서웨이, 구글 등 2~4위 기업 시가총액의 두 배 수준이다.

시가총액으로만 보면 애플은 삼성전자의 네 배 수준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 40대 기업을 모두 합친 금액이 767조원이니 40대 기업 주식을 모두 팔아도 애플 주식 모두를 사기에는 부족하다.

시가총액 7000억달러를 찍던 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주최 ‘기술과 인터넷 콘퍼런스’에 참석해 “회사가 커질수록 성장이 둔화된다는 이른바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을 애플이 극복했다”며 “앞으로도 여느 스타트업 못지않은 발전을 거듭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가 상승은 미국의 저가 항공사 제트블루가 애플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를 승객들이 비행 중 기내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는 뉴스와 애플페이가 중국의 유니언페이 카드와 제휴해 중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관측 때문으로 풀이된다. 팀 쿡 CEO가 캘리포니아 북부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애플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지어질 태양광 발전소로부터 25년간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애플에 전력을 공급할 태양광 발전 시설은 애리조나주 템피에 본사를 둔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퍼스트 솔라’가 올해 중 착공해 2016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