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10.5세대, 9.7세대 등 다양한 크기로 10세대(투입 원판 크기 2880×3130㎜)급 액정표시장치(LCD)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이후 8년 만의 재검토다. TV 화면의 대형화 추세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생산 효율이 높은 10세대급을 이용해 초대형 LCD의 가격경쟁력을 선확보하고, 경쟁업체인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는 OLED TV 진영을 견제하겠다는 다중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9.7세대를 10세대급의 새로운 대안책으로 사업성 검토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BOE는 10.5세대(2940×3340㎜) LCD 생산라인 건설을 통해 2018년 1분기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는 BOE와 동일한 수준이거나 더 큰 초대형 LCD 생산 라인 구축을 고민해 왔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10.5세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검토했으나 최근 보다 적은 투자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9.7세대로 변경, 재검토에 착수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BOE가 10세대 LCD 생산라인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10세대 라인 투자를 지난해부터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투자비가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산효율은 같으면서도 투자비를 줄일 수 있는 9.7세대로 다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9.7세대는 한 장의 마더글라스에서 60인치 8컷, 70인치 6컷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면취효율이 높다.
10세대급 공장 설립 지역으로는 국내 생산기지인 충남 아산 탕정단지 내 여유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LCD 라인 가운데 가장 큰 면적의 LCD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은 8세대(2200×2500㎜)다. 전 세계에서 10세대 LCD에 투자해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회사는 일본 샤프가 유일하다. 샤프는 지난 2009년부터 10세대 LCD 라인가동에 들어갔고, 올해에는 라인 추가를 추진한다. 내부적으로는 11세대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 분야 경쟁업체였던 샤프의 지분 3%(약 1200억원)를 인수했던 배경에도 향후 10세대급 라인의 공정을 노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대형 LCD 패널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대부분의 LCD 패널을 공급받고 있지만 60인치 이상 대형 LCD는 샤프로부터 일부 조달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극소수 장비 업체들과는 10세대급 기술 개발 가능성 여부 등의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LCD 장비 업계는 지속된 설비 투자 가뭄 속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이 같은 움직임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 악화에 시달렸던 삼성디스플레이가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신규 투자를 감행할 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10세대 ‘직행’은 국내를 비롯한 중국, 대만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려 시장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니더라도 중국 업체들도 향후 10세대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비 업체들이 상용 제품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디스플레이는 “10세대 라인 증설투자는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지만 향후 시장상황을 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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