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과서에 우리나라의 지형 특색을 설명하며 삼면이 바다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투자나 연구는 미흡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해양에 달려 있다.”
‘작지만 강한 거인’ 홍기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얘기다.
홍 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해양강국을 선언하며 경영혁신과 제도개선에 나섰다. 해양과기원의 정체성부터 명확히 하고 연구 수월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세계 수준의 첨단 해양과학기술 개발과 차세대 우수 해양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해양과학기술 리더’를 비전으로 내놨다. 경영목표는 해양과학기술의 새로운 가치 창출과 미래세대 창의인재 양성에 맞춰놨다.
투명성, 도전성, 신뢰성, 세계성 등 기관이 지향해야 할 4대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연구 부문에서는 원천·기반기술 개발과 국가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경영 부문에서는 윤리·투명 기반의 지식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창의적 우수 인재 및 전문가 양성이라는 전략목표를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비전으로 설정한 첨단과학기술 창조는 무슨 의미인가.
▲그동안 바다 한가운데에서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안에서 100㎞ 떨어진 곳에서도 와이파이를 이용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시스템이 개발됐다. 해양에 이런 걸 접목하자는 것이다.
바닷물의 세기나 어류 이동, 수온차, 수질변화 등을 실시간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물인터넷처럼 센서 같은 측정장치가 있어야 한다, 지금 휴대용 시계를 이용해 수심정도는 간단히 측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바다상황을 사용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인터페이스 장치가 잘 안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분야가 분명 새로운 산업이 될 수 있다. 구조나 구난 건설 등에 활용하면 더 큰 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는 이런 것이라고 본다.
-바다 장악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 해양강국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바다는 인류 삶의 터전이자 지구 기후의 최대 조절자다. 다양한 생물자원과 무한한 광물자원 그리고 조력 등 끊임없이 자연적으로 재생되는 청정에너지를 품고 있다.
세계를 지배한 국가들은 대부분 해양강국이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양을 적극 이용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항만과 배후도시, 해수욕장과 사구를 포함한 해안지형, 수로 등을 사회간접자본 시설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 보호하고 이용하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했다.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해양과기원 연구방향도 미래형 해양 사회간접자본 시설 개발로 인류 문명의 진보를 가져올 혁신적인 과학 관측과 자연 순응적 구조물 제작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해양 분야 R&D 투자 규모와 방향은.
▲올해 우리나라 R&D 예산은 지난해보다 약 1조1000억원이 증가한 18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해양 분야 R&D라 할 수 있는 해양수산부 소관 R&D는 5911억원이다. 지난해 대비 385억원 늘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투자와 비교해 볼 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지난 2013년 기준 국가별 전체 R&D 대비 해양 분야 투자 비중을 보면 미국이 7.3%, 일본 5.0%, 중국 7.0%다. 우리나라는 2.9%에 불과하다.
올해 정부 해양 분야 R&D 투자방향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국가 전략 분야와 해양 재난·재해 대응 분야, 해양수산 R&D 중장기계획 내 주요 기술에 대한 투자를 중점 강화한다.
해양과기원 원장으로서 정부의 해양 분야 R&D 투자를 바라볼 때, 대양에서의 해양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양 이용과 보전의 근간이 되는 원천 기반 기술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해양과학기술 연구 인프라 투자가 지속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가 차원의 대형 해양연구 인프라는 이사부호와 해색관측인공위성(GOCI) 두 개에 불과하다. 앞으로 해안침식, 해양방위 등 국가·사회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STEM(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을 융합하는 데 필요한 첨단 대형 해양과학기술 연구 인프라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올해 주요 현안은.
▲신경영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해양과기원이 생산하는 최신 해양과학기술 지식이 국가와 사회에 즉답적인 해답이 될 수 있도록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조직기반을 다질 것이다.
또 부산 신청사 건설사업, 대형 해양과학조사선 건조 등 새로운 대형 연구 인프라를 차질 없이 구축할 것이다.
대형 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호는 오는 12월 건조가 완료된다. 5900톤급으로 내년 취항이 목표다.
이와 함께 제주 국제해양과학연구지원센터도 올 상반기에 완공한다.
-해양과기원 부산 영도 혁신지구로의 이전은 어떻게 돼 가는지.
▲예산 마련이 가장 큰 문제다. 경기가 좋지 않아 부지매각이 지지부진하면서 증축도 못하고 대형 장비 설치도 늦어진 게 사실이다. 이렇게 5~6년 이상 고생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 이전은 분명 해양과기원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엔 부산지역과의 정책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이전추진사무소를 개소했다. 부산 신청사는 오는 5월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상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창조경제의 화두가 된 기술사업화 성과와 계획, 나아가야 할 방향은.
▲창업해보니 매출이 중요하다. 창업과 동시에 바로 매출이 일어나는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 벤처를 만들고 하나씩 완성하려 하는데 그건 아니었다. 과학기술 집약 벤처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시제품도 연구현장에서 어느 정도 다 만들어놓고 양산이 가시화할 때 창업해야 한다.
해양과기원은 기술사업화를 위해 특허 무상 공여, 기술 멘토링, 기술 나눔 페스티벌 등을 개최한다. 홈페이지에 테크몰도 운영해 기술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다.
지난해엔 연안 국지 해상상태 예측시스템을 현대중공업에 기술이전했다. 현재 수행 중인 대형 실용화 과제인 ‘해양생물기인 신소재 개발’ ‘수중 건설로봇 개발’ ‘준설물질 관리 및 재이용’ ‘항만 및 해상 공사용 해황예측 시스템’ 등을 조만간 사업화할 것이다.
-해양 분야 국제 협력은 어떻게 되나.
▲중국 칭다오뿐만 아니라 태평양 중심의 마이크로네시아 축, 페루 리마, 미국 워싱턴, 영국 플라이머스 등에 국제공동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실질 연구결과를 위한 내실화 진작이 올해 미션이다. 칭다오 한중 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는 황해의 해양오염 저감 방안 도출, 방사능 유출시 대응방안 등을 수립한다. 리마의 한·페루 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는 엘니뇨·라니냐 발생과정과 그 영향의 정확한 분석이 올해 미션이다.
또 이사부호를 활용한 국제공동연구도 추진한다. 바다에 접한 임해 개발도상국과는 동반성장을 위해 해양개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고급 인력 운용 및 인력 양성 계획은.
▲인력 운용은 ‘인간 중심의 경영’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 능력 중심의 인사관리 시스템을 정착시킬 것이다. 인력 운용 효율화를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제도에 근거를 둔 인재 양성 모델을 개발 중이다.
경력개발 경로 도출, 채용, 승진, 배치, 평가, 교육 등 해양과기원에 적합한 인력 운용 모델을 개발할 것이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현재 한국해양대학교와 공동으로 해양과학기술전문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운영 중이다.
학사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연구 중심형 교육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법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부산지역 국립대학과의 학·연 협력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하는 등 앞으로 일반대학과 차별화된 연구현장 중심의 문제 해결형 교육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해양과학기술 분야 산업 및 연구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창의 인재를 양성할 것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주요 R&D 뭐가 있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KIOST 이사부 플랜’이라는 이름으로 연구 사업을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해양연구의 수월성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맞춰 기초·원천 및 해양 기반 융·복합 R&D와 ‘사회적 기술’ 개발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연구를 강화할 방침이다.
전략 목표는 미래바다 보기, 바다 되살리기, 바다 자원 찾기, 안전한 바다 만들기, 우리 바다 지키기 총 5개다.
미래바다 보기 부문에서는 해양연구로 기후변화 예측과 대응 능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국가와 세계기후 관련 난제에 대응하는 과학기술 기반 구축이 목표다. 세부적으로 한반도 해역과 북태평양 해역의 해수순환, 물질순환, 해양기후 변화 추적 연구들을 수행하게 된다.
바다 되살리기 부문에서는 해양환경 보전기술을 개발하고 해양오염 방지 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적조 및 외래 생물 확산 방지기술과 오염해역 정화복원 기술개발 등이 이에 속한다.
바다 자원 찾기 부문에서는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 관리와 미래 유용자원을 탐색한다. 환경 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 반응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생태계 관리모형을 개발한다. 또 해양생물 기반 에너지, 유전체, 신물질을 찾아 이를 이용한 기술을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안전한 바다 만들기 부문에서는 미래형 연안·항만 인프라를 구축하고 해양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과 장비를 개발한다. 바닷가나 해양에 소재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해수면 상승 등 해양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미래형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해양 재해재난 사고 수습에 필요한 과학기술 지원체제도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바다 지키기 부문에서는 국가 해양영토 관리체제 구축과 공해상의 해저 다금속광상 개발 등 해양 경제영토 확대에 초점을 맞춘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했다. 또 해양주권을 강화하는 데 소요되는 과학기술과 해양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과학기술 기반 국가 정책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양과기원은 자율이동형 첨단 무인관측 장비인 수중글라이더 개발에 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음파로 형체를 보자는 취지다. 무인 이동수단이 보내는 신호를 형상화하는 기술을 확보하면, 예컨대 세월호 같은 경우도 멀티빔 소나로 스캔하면 현재 물속에 잠겨 있는 형체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홍기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은
홍기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은 다른 기관장과는 달리 연구원 시절 창업했던 특이한 이력이 있다. 지난 2001년 5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바이오벤처업체인 ‘바이오마린텍’ 대표를 지냈다. 이 회사를 키우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의 화두가 된 창조경제의 핵, 기술사업화는 어느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
홍 원장은 국제통이다. 지난 2011년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폐기물 해양투기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인 런던협약·의정서 합동과학그룹 의장으로 선출돼 4년째 활동 중이다. 이듬해인 2012년엔 상위기구인 런던협약·의정서 합동당사국총회 차석부회장, 지난 11월엔 수석부의장으로 선출됐다.
1954년 경북 안동 출생으로 경북고를 나왔다. 서울대 73학번이다. 서울대에서 석사학위 공부를 하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전신인 KAIST 해양연구소 화학연구실 위촉 연구원을 지냈다. 석사는 1977년 시작해 4년 뒤인 1981년 받았다.
1986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이 된 뒤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미국 알래스카주립대를 다니며 해양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생지화학연구실장, 정책개발담당부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환경준설학회장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해양환경영향평가개론 외 19권, 논문은 폴로니움-210 측정방법 개선 외 169건, 특허로 수심압력을 이용한 담수와 소금생산 장치 외 8건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