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창조경제단지 조성사업이 첫 삽을 떴다.
대구시와 삼성은 지난 10일 대구 옛 제일모직 부지에서 대구창조경제단지 기공식을 열었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줄범식 이후 150일 만이다.
‘창조경제 모델 구현과 대구의 명소화’가 대구창조경제단지의 비전이다. 창조경제단지로 새 옷을 입는 옛 제일모직 부지는 1954년부터 1995년 폐쇄될 때까지 고 이병철 삼성회장의 기업가 정신인 ‘사업보국’이 구현된 곳이다.
한때 2500여명이 근무했던 이곳은 현재 본관 2개동과 여자기숙사 7개 건물만 남아있다. 연면적 4만1930㎡(약 1만3000평)인 이곳에 삼성은 900억원을 투자한다. 스타트업과 문화예술창작, 소호(SOHO)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기존 건물 리모델링과 신축 등 총 19개 동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시는 창조경제단지를 통해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구창조경제단지 전체 계획을 들여다보면 의구심을 들게 한다. 삼성의 창업정신 토대 위에 새로운 창업이 활기를 띠는 ‘창조경제의 중심’이 되기엔 창조경제와 무관한 시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계획된 단지 내 주요 시설 중 스타트업과 소호 등 창업을 지원하는 창조경제존은 전체 면적의 30%(1만 3233㎡)에 머문다. 나머지 70%는 전시시설과 주민문화센터, 강의실, 상업시설이 차지하고 있다.
창조경제단지가 대기업 창업기념관을 중심으로 한 도심 속 휴식공간과 상업시설로 채워진다면 창조경제의 거점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자칫 창조경제는 없고 주변 땅값 상승만 부추기는 놀이공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제일모직 부지는 땅값만 6000억원에 육박한다. 삼성은 여기에다 9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하려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투자할지 알 수 없지만, 아무리 삼성이라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닐 것이다.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창조경제단지의 대규모 투자가 헛되지 않으려면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 마땅하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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