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출시된 ‘뉴 푸조 2008’은 푸조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가장 히트한 모델이다. 출시 전 사전 예약만 1000건 이상이 몰리며 공식 수입사마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해가 바뀐 뒤에도 물량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없어서 못 파는 차’로 남아 있다. 수입차와 소형 SUV 인기, 합리적인 가격 등이 겉으로 드러난 인기 요인이다.
차를 직접 보면 좀 더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아담한 크기에 경쾌한 디자인이 소형 SUV 인기 비결과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일반 SUV보다 크기가 작은 것은 물론 차고도 낮아 언뜻 보면 짧은 해치백 같은 느낌이다. 둥글둥글한 차체 디자인에 전·후면 램프는 날렵함을 강조해 전반적으로 경쾌한 인상을 완성했다. 부담은 줄이고 세련미는 높인, 젊은 층을 겨냥한 소형 SUV로 손색이 없다. 26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 역시 수입차 구매 문턱을 확 낮췄다.
차에 올라 앉으면 아기자기한 운전대가 운전자를 반긴다. ‘콤팩트 스티어링 휠’이라고 불리는 작은 운전대는 푸조 브랜드가 여러 차종에 채택하고 있지만, 2008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작은 차를 탔을 때 기대하게 되는 민첩한 핸들링과 찰떡궁합이라는 평가다. 핸들링 반응속도가 빠른데다 작은 움직임으로도 핸들을 움직일 수 있어 급커브 구간도 부담스럽지 않다. 핸들을 돌릴 때 드는 적당히 가벼운 느낌은 소형차를 탈 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행은 실용성이 강조됐다. 1.6ℓ e-HDi 디젤 엔진을 탑재해 제원상 최고 출력은 92마력. 아무리 작은 차라지만 SUV를 움직이기에 힘이 달리지 않을까 걱정됐다. 수동 기반 변속기인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 도움으로 동력 효율을 높인 덕인지 실용 영역에서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고속 주행에서도 일단 가속이 붙고 나면 시원하게 달린다. 다만 고속 주행 시 소음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시속 100㎞를 넘어서면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 외에도 바람소리가 꽤 많이 유입되는 편이다.
주행도 주행이지만, MCP 덕을 가장 톡톡히 본 건 연비다. 클러치 페달만 없을뿐 수동변속기와 구조 및 작동원리가 같기 때문에, 그만한 연료 효율을 보인다. 리터당 공인 복합연비는 17.4㎞(고속 19.2㎞, 도심 16.2㎞)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그보다 높은 연비를 기대해도 좋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 연비는 20㎞대 후반을 오르내렸다. 평일이라 도심 위주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평균 18㎞ 전후의 연비를 보였다.
2008이 수동 기반의 차라는 점은 두고두고 명심해야 한다. 장점이 많지만 그만큼 호·불호도 분명하게 나뉘기 때문이다. 클러치 페달 대신 전자장치가 자동으로 클러치를 조작해 변속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동변속기처럼 운전했다간 변속 충격이 그대로 전해진다. 변속 순간에는 가속 페달에서 0.5초 정도 발을 떼주면 승차감에 큰 무리는 없다. 오르막길 출발 시 밀림 현상, 후진 시 부족한 토크 등은 수동변속기 운전 경험이 없는 소비자에겐 다소 낯설 수 있다.
오히려 수동 모드로 주행하는 것이 2008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클러치 페달을 따로 밟을 필요가 없고, 변속 타이밍에 맞춰 기어만 바꿔주면 되기 때문에 조작은 어렵지 않다. 운전대 옆에 달린 패들 시프트를 활용해 기어를 바꾸면 훨씬 재미있는 운전을 즐길 수 있다. 효율적인 가속과 색다른 주행을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수동 모드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구성은 고급스러움보다는 평범함과 단순함이 강조됐다. 다양한 기능은 없지만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공기조절장치 등 꼭 필요한 기능은 한 개 터치스크린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푸조의 트레이드마크인 파노라믹 썬루프는 천정을 꽉 채워 넓은 개방감을 선사한다. 썬루프 테두리 LED 장식은 이 차가 젊은 층을 공략한 차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운전석 공간은 여유롭지만, 뒷좌석과 트렁크는 상대적으로 좁다. 동급 차종에 비해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SUV 수준의 공간감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다. 트렁크 매트 아래의 22ℓ짜리 수납 공간, 측면 그물망 등 곳곳에 숨겨진 공간을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편이 낫다. 이 외에도 트렁크에서 앞좌석까지 적재물을 옮길 수 있는 레일, 다양한 액세서리를 추가할 수 있는 루프 레일 등 숨겨진 기능이 많다.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엔 친해질수록 더 많은 매력이 보이는 차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