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사고시 탑승자들이 어떠한 피해를 얼마나 받는 지 알아보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많은 충돌 시험을 진행한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충돌 시험을 진행할 수 없어 마네킹이 운전석에 앉는다. ‘더미(Dummy)’라고 불리는 이 마네킹은 일반 백화점 매장에서 의류 전시를 위해 사용하는 일반 마네킹들과는 성능부터 가격까지 비교를 거부한다.
더미는 최대한 인간을 닮기 위해 무게와 키를 일반인들의 체중과 신장에 맞춰 제작된다. 또 몸 전체를 구성하는 각종 뼈는 금속성 구조물로, 외부는 근육과 비슷한 고무로 둘러싸인 알루미늄 재질로 제작된다. 특히 피부는 플라스틱과 비닐로 제작돼 사고시 피부에 나게 되는 상처도 비슷하게 측정할 수 있다.
더미는 외형뿐 아니라 내부 구조도 사람과 흡사하게 제작돼 사고 시에 탑승자들이 받는 충격을 섬세하게 가늠해낸다. 더미의 신체에는 충격량을 측정하는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사고 시에 각 부위에 얼만큼의 충격량이 전해지는 지를 측정한다. 또 더미가 받는 모든 충격은 컴퓨터에 기록되기 때문에 공학자들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성인 남성의 평균에 해당하는 체구의 더미뿐 아니라 여자 더미, 임산부 더미, 연령별 아이 더미, 태아 더미에 이르기까지 수십 가지에 이르는 더미를 보유하고 있다. 많은 종류의 더미에 의한 폭넓은 충돌시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측정하고, 효과적인 승객 보호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런 더미의 기준은 용도에 따라 국가별로 법규를 달리해 규정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인형’으로 표현되는 더미의 가격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연령별로 구분해 더미 가족을 구성한다고 치면, 그들의 몸값만으로도 웬만한 집 한 채 가격은 되는 셈이다. 이처럼 더미의 가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자동차 충돌시험에 한 번 투입되었던 더미를 바로 폐기처분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충돌시험을 해도 차는 부서지지만 차 내부의 더미는 완전히 부서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미는 손상된 부속품을 교체하고 센서들을 장착해 재사용한다.
더미의 몸 안에 장착되는 수많은 센서들은 충돌할 때 충격량을 측정하고, 그 충격량은 더미의 상해치를 결정하게 된다. 즉, 최대 100여개까지 장착되는 이 센서들을 통해 더미의 상해치가 매겨지고, 이는 곧 별 4개 혹은 5개 식으로 표기되는 신차의 충돌 테스트 등급으로 나타나게 된다. 최근에는 더미의 비싼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충격 정도를 파악한 후 실물 시험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경우 더미의 훼손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차례에 걸쳐 하는 시험과정을 대폭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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