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유성) 불꽃을 보면 경외감을 품게 되기 마련이다. 혜성, 성운, 성단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만약 당신이 우주에서 이 모든 것을 동시에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유럽남방천문대(ESO)는 10일 (현지시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라 실라 천문대에서 장시간 노출해 촬영한 혜성, 유성, 운석 사진을 공개했다.
장기노출로 촬영된 천체 사진은 아름다울 뿐만아니라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현상까지 함께 보여준다.
이를 소개한다.

유럽남방천문대(ESO)가 발표한 이 사진은 2015년 1월에 라 실라 천문대를 방문한 사진가 페트르 호라레크가 찍은 것으로,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는 장기노출을 통해 천문대와 그 위로 보이는 멋진 천체들을 찍을 수 있었다.
밤하늘을 향해 빛나는 녹색 물체는 푸른 빛 혜성 ‘러브 조이’다. C/2014 Q2로 명명된 이 혜성은 호주의 천문학자 테리 러브조이가 발견한 것으로 지난 달 7일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 찍었다.
혜성은 녹색빛을 띠는데 이는 원자와 분자는 이온화되고, 빛의 특정 파장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네온사인과 같은 원리다.
시안분자와 이원자탄소에 의해 혜성은 녹색으로 빛나게 된다. 혜성은 육안으로 볼 때엔 회색을 띠지만 장기노출한 카메라로 보면 녹색으로 빛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주기형 혜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오르트구름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롭다.

혜성의 왼쪽에 위치한 사진은 대기 중에 타고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별똥별(유성)이다. 매일 100톤의 유성은 먼지와 자갈, 심지어 큰 돌 조각으로 부서져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한다. 천체의 조각은 지구 대기권에서 탈 때, 빛을 내는데 우리는 흔히 그것을 유성이라 부른다. 유성은 거의 드물게 지구 표면까지 도달하는 데 이를 운석이라 한다.




혜성의 오른쪽과 위에 위치한 성단은 흔히 일곱자매별로 불리는 플레이아데스다. 메시어르 45(M45)성단에 위치하고 있다. 이 성단은 약 444광년의 먼 거리에 있으며,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성단이라 볼 수 있다.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 성단은 지난 1억년 내에 형성된 별의 무리로 구성됐다.
천문학자들은 은하 이웃간의 중력작용으로 2억 5천년 내에 이 성단무리들이 흩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혜성 오른쪽으로는 붉은 활 같은 모습도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모양과 상당히 닮아있다. 이 때문에 이 성운은 캘리포니아 성운(NGC 1499)이라고 불린다. 이 성운은 발광성운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중심부 또는 주위에 있는 고온 별(xi Persei도 불린다)의 강력한 복사에 의해 빛을 낸다.
지구로부터 1,000광년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장시간 노출된 사진이 아니면 밤하늘에서 보기 쉽지도 않다.
오른쪽 위에 있는 사진은 지구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붉은 얼룩으로, 흔히 IC405 혹은 불꽃별 성운으로 불린다. 발광성운으로도 불리는데 `불타는 별(AE Aurigae)`로 알려진 청색별로 둘러싸여 있다. 성운은 5광년 떨어져 있지만 지구로부터 1,500광년 거리에 위치해있다. 흥미롭게도 이 별은 오리온 성좌의 오리온벨트에서 만들어졌다.

또 다른 주목되는 대상은 멀리 지평선 위에 보이는 빛나는 녹색 별들이다. 대기광(air glow) 현상에 따라 발생하는 이 녹색빛은 대기중에서 자극받은 산소원자가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원자는 지구대기 중의 90~100km 사이에 펼쳐져 있다.
멀리 있는 것은 48,000km에 이르는 팬 아메리칸 고속도로다. 미국 알래스카주 프루도만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연결돼 있다. 이 천문대는 도시의 빛 오염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 상의 가장 외진곳에 있어 천문관측에 최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간단한 장시간 카메라 노출만으로 우주의 수많은 비밀을 보여주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전자신문인터넷 국제팀 신지혜기자 sjh12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