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1000대 기업, 투자 증가세 둔화

국내 주요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R&D 투자를 많이 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았다.

R&D 1000대 기업, 투자 증가세 둔화

1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기업 R&D 투자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의 2013년 총투자액은 39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2012년 연간 투자 증가율 14.5%에 비해 4%포인트(P) 낮아졌다.

R&D 투자 증가세 둔화는 경기 부진으로 기업 매출 성장세가 주춤한 탓으로 풀이된다. 1000대 기업의 연간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2012년 8.1%에서 2013년 0.9%로 크게 떨어졌다. 예년 만큼 매출이 늘어나지 않자 기업이 R&D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000대 기업의 2013년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3.16%로 전년 2.9% 보다 조금 높아졌다. EU 통계 기준 글로벌 상위 R&D 투자기업 2500개사의 투자 비중 3.2%와 비슷한 수준이다.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 중 매출 규모도 상위 1000위권에 들어가는 기업은 327개사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R&D 투자가 적은 기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았다.

327개사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2011년 -14.0%에서 2012년 〃1.9%로 회복된 데 이어 2013년에는 7.6%로 껑충 뛰었다. 반면에 매출액 1000대 기업 가운데 R&D 상위 1000위권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2011년 -1.3%, 2012년 -10.5%, 2013년 -16.8%로 계속 악화됐다.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중에서는 R&D 투자액이 없는 곳도 406개에 달했다. 다만 이들 기업 중에는 업종 특성상 별도의 기술 개발이 필요 없는 곳도 상당수 포함됐다.

산업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민간 R&D 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황규연 산업기반실장은 “R&D 투자가 기업 경영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을 감안해 R&D 투자 취약 기업의 투자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