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플래시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셀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쌓는 ‘3차원(3D) 적층기술’ 경쟁이 본격화됐다. 아직까지는 삼성전자가 양산체제를 갖춰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와 도시바, 마이크론 등도 관련 기술개발과 양산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낸드 플래시의 2D 미세화 공정이 셀(Cell) 간 신호간섭 등으로 한계에 도달하면서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은 평면에 형성된 셀을 세워서 수직 구조로 만드는 3D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기술 경쟁 포인트가 ‘공정 미세화’에서 ‘수직 적층 능력’으로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가 동일한 평면 공간에 방을 많이 만들려면 칸막이를 많이 쳐야 하는데 이에 한계가 나타나자 위로 복층을 쌓아 방을 늘리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3D 낸드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 있다. 지난해 32단 적층까지 완료해 양산을 시작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48단 적층 제품을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64단 적층 제품 양산까지 계획 중이다. 경쟁사 대비 한발 이상 앞선 행보로 3D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을 3D 낸드 전용 생산공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며 향후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대부분 3D 낸드로 생산하기로 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3D 낸드 비중을 올해 15%, 내년에는 3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4단 적층 낸드 플래시를 개발하는데 성공해 일부 고객사에 샘플까지 공급했다. 현재 2·3세대에 해당하는 36단, 40단대 후반(48단 추정) 적층 제품을 개발 중이다. 올해까지 파일럿 생산과 양산성 검증을 마치고 내년 초부터는 주력 제품을 선정해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 도시바와 미국 마이크론도 이르면 올해 말 제품 양산에 나설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24단 적층 기술력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이나 내년 초 실제 양산되는 제품의 적층 단수는 30~40단 수준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3D는 동일한 면적에 많은 단을 쌓을 수 있는 게 핵심 경쟁력이다. 주요 기기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최소화하면서 보다 많은 저장공간(셀)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공정 기술을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3D를 이용하면 2D 대비 이론상 쓰기 속도는 두 배, 쓰기 횟수는 최대 열 배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집적도 역시두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반면에 소비전력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내구성도 2D 제품 대비 월등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메모리 반도체 적층 기술의 한계(기술적 허들 포인트)가 확인되지 않았고 향후 100단 이상의 적층 설계도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다만 3D에서는 식각과 증착 난이도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고도화된 장비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표]주요 반도체 제조사 3D 낸드 대응 / *자료: 업계>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