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돈줄` 참조표준 데이터 `주목`

#1. 자전거 부품을 제작하는 경남 김해의 나눅스는 한국인의 머리에 맞는 자전거용 헬멧을 개발하기 위해 데이터스토어를 찾았다. 이곳에 있는 한국인 체형에 관한 참조표준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자전거 부품이야 질만 좋다면 국산, 외산 가릴 것 없지만 헬멧은 동서양인의 두상 크기나 형태가 달라 한국인 데이터가 필요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인체치수데이터센터 연구진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3차원 머리형상을 측정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인체치수데이터센터 연구진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3차원 머리형상을 측정하고 있다.

나눅스는 현재 한국인에 맞는 헬멧 양산을 위한 시제품 테스트에 들어가 있다. 올해가 가기 전 상용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2. 경기도 안양에 있는 태하메카트로닉스는 피트니스 운동기구의 손잡이 크기나 그립감을 위한 두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인체치수 참조표준을 활용한 케이스다. 손잡이는 운동기구에서 지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너무 크거나 작으면 안 된다. 또 너무 얇아도 안 되기에 정확한 치수가 중요하다.

산업 및 기술 데이터에 대한 정확도와 신뢰도를 평가해 연구개발이나 산업현장에서 활용하는 ‘참조표준’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다.

특히 유사 시험이나 연구 등에 이 데이터를 참조할 수 있어 업체의 제품 제작 시간 및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숨은’ 제품 경쟁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것. 길이나 무게, 부피 등에 관한 국가 표준은 알아도 참조표준은 일반인에게 사실 생소한 분야다.

참조표준은 과학, 기술, 산업 활동에서 생산되는 모든 측정데이터 및 정보를 과학적으로 분석·평가해 정확도와 신뢰도를 공인한 자료다. 반도체용 가스물성이나 원자력 관련 첨단 기술데이터, 한국인 경동맥 두께, 지역별 일조량 등이 모두 이에 포함된다.

나눅스는 지난 5월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참조표준 데이터 유통 협약을 통해 만든 데이터스토어의 인체치수 참조표준 데이터를 활용했다.

태하메카트로닉스는 스포츠 운동기구인 트레드밀, 일립티컬, 바이크 등의 손잡이 제작에 참조표준 데이터가 요긴하게 쓰였다.

주택설계나 제품 디자인에도 참조표준은 중요한 요소다. 동양대학교 주택설계 수업에서는 인체치수 참조표준을 활용해 주택 공간 크기와 가구 등 인테리어를 디자인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업체 등이 참조표준을 모르거나, 공인데이터가 부실해 몇 번씩 해야 하는 중복 실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기술표준원이 지원하는 국가참조표준사업으로 금속, 보건 등 7개 분야에서 26개 데이터 센터가 지정돼 있다. 이 센터에는 총 2만8000여개의 참조표준을 47개 DB로 분류해 구축해 놨다.

채균식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가참조표준센터장은 “참조표준이 그 자체의 중요성에 비해 그다지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한국인에게 꼭 맞춰야 하는 제품들이 따로 있는데, 이 때 참조표준을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