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용 장비 투자, 중국은 `봇물` 터지고 국내는 `제로`...제2 치킨게임 예고

중국 발광다이오드(LED) 업체의 신규 투자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자국 LED 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체들의 신규 장비 투자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크게 빗나갔다. 반면에 국내 LED 칩 제조업체들은 올해도 신규 투자 여력은 물론이고 의지마저 없어 중국 기업과 ‘제 2의 치킨게임’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LED 칩·패키지 업체들이 LED용 신규 장비를 대규모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표적인 칩 생산업체인 사난은 오는 5월까지 유기화학금속증착장비(MOCVD) 100대를 도입한다. 이 신규 장비는 2인치 웨이퍼 기준 120장이 한 번에 로딩 된다. 현재 국내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는 2인치 기준 45~52장이 로딩 되는 수준이다.

사난은 올해 추가 도입분을 합치면 총 230대의 MOCVD를 보유하게 된다. 대만 최대 LED 칩 생산 업체인 에피스타와 생산량이 비슷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 대수로는 100대가 추가되지만 사실상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장비 성능으로 비교하면 200대가 늘어나는 셈”이라며 “사난의 칩 생산량이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과 맞먹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사난에 이어 화찬세미텍(HCS)도 신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작년에 완공한 쑤저우 공장에 계속해서 MOCVD 장비를 확대하고 있다.

이 업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화찬세미텍의 목표가 1위인 사난보다 생산능력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대만의 에피스타도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자국 내 경쟁업체인 포르모사에피택시를 인수하면서 MOCVD 추가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말까지 500대로 늘리는 것이 목표였다.

반면에 국내 업체들은 신규 장비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반도체만이 유일하게 신규 장비를 도입했고, 삼성전자·LG이노텍 등 주요 업체들은 지난 3~4년간 장비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다.

중국과 대만의 대대적인 투자는 제2의 치킨게임을 예고한다. 이미 2010년 초반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 업체들이 장악한 LED 시장에 중국이 뛰어들면서 많은 칩 제조업체들이 정리됐다. 국내에선 에피플러스, 갤럭시아포토닉스, 에피벨리, 세미머티어리얼스, 더리즈, 나이넥스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2차 치킨게임에서는 순수 칩 제조업체에 이어 패키지 업체들이 후속 타격을 크게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신규 장비 투자가 없었던 국내 업체들이 줄도산에 처할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