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구본무 20년, 끈기와 도전으로 LG를 글로벌 리더로

지난 20년 LG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그 뒤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특유의 ‘결단’과 ‘끈기’가 있었다. 구 회장에 대한 평가는 한결같다. ‘정도 경영’이 그것이다. 구 회장은 무엇보다 기업으로서 해야 할 역할에 충실했다. LG 관계자는 “중소협력사에도 동등한 입장에서 예의를 지킬 것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지속성장을 이끌어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투자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안정을 희구하기 쉬운 대기업이지만, 창조적 혁신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투자에는 언제나 적극적이었다. 이런 모습은 1995년 2월 22일 취임 당시부터 나타났다. 구 회장이 취임 후 던진 화두는 ‘글로벌 리더’다.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과감히 도전하자는 것이다. 각 계열사, 사업부 임원들에게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목표를 세울 것을 주문했다. 과정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중도에 절대 포기하거나 단기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도전해 목표를 달성하자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성과물이 바로 글로벌 1위로 우뚝 선 ‘디스플레이’다. 구 회장은 1998년 말 디스플레이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LCD 전문기업 ‘LG LCD’를 세웠다. LG그룹 관계자는 “당시 그룹의 운명과 장래를 걸었다. 수많은 고뇌 끝에 대규모 장치산업인 디스플레이 육성이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회상했다. LG는 디스플레이에 공격적이며 과감한 투자를 펼쳤다. 1999년 5월에는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당시로는 민간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달러 외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합작법인인 LG필립스LCD가 출범하게 된 계기다. 2008년에 LG디스플레이로 독립 후에도 투자는 이어졌고,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사용한 올레드 TV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평면 및 곡면 올레드 TV를 내놓았다. 주변 경쟁국들이 2년 안팎의 기술격차를 보일 정도로 멀찌감치 앞서 있다.

이차전지도 구본무 회장의 실패 용인과 지속적인 투자가 없었다면 세계 1위로 우뚝 서기는 힘들었다. 구 회장은 1992년 부회장 시절 영국 출장에서 충전을 하면 반복 사용이 가능한 이차전지를 접하고 차세대 먹거리 가능성을 확신했다. 당시 럭키금속에 이차전지 개발을 주문했고 4년 후에는 보다 과감한 투자를 위해 전지 연구조직을 LG화학으로 이전해 연구를 계속하도록 했다. 하지만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실패’ ‘포기’ 얘기가 들렸다. 2005년에는 2000억원에 가까운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 회장은 “길게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R&D)에 집중하라. 성공할 수 있다. 여기에 미래가 있다”며 개발진을 독려했다. 확신에 찬 노력의 결과 LG화학은 중대형 이차전지 분야 세계 1위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듣는다. 특히 미래 잠재성이 큰 전기차 배터리에서는 현대·기아차는 물론이고 GM·포드·르노 등 20여개 완성차 업체를 공급처로 확보했다.

LG유플러스의 급성장도 마찬가지다. 통신업계 약자로 평가받던 LG유플러스는 4G LTE시대가 도래하자 구 회장의 전폭적인 결단과 과감한 투자로 급부상했다. 3년 동안 잡혀있던 LTE 전국망 구축을 9개월 만에 끝내는 저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

구 회장은 CI 변경, 지주회사 체제 전환, LG 웨이(Way) 선포 등 굵직한 사안을 직접 챙기며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다. 1994년 국내에서는 ‘럭키금성’ 브랜드의 인지도가 확고히 자리 잡아 LG로의 변경에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구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CI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자회사들이 주력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도 LG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외환위기 직후 전격적으로 결정해 3년 후인 2003년 3월 ㈜LG 출범으로 완성됐다. 계열 분리 후 지속 성장을 위한 선언이 바로 ‘LG 웨이’다.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와 ‘인간 존중의 경영’, 행동방식인 ‘정도경영’ 실천 그리고 ‘일등 LG’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구 회장의 LG 웨이는 LG를 상징하는 기업문화인 동시에 LG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

[기획]구본무 20년, 끈기와 도전으로 LG를 글로벌 리더로

<【표】구본무 회장 주요 어록>


【표】구본무 회장 주요 어록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