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업계에 황사 바람이 거세다. 중국과 대만 등 범 중국계 기업들의 공세가 엄청난 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계 기업들의 저가 물량 공세에 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국내 LED 업계는 모래바람 앞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올해 들어 중국과 대만 기업들이 생산 물량 확대를 위해 장비 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시계(視界)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중국 단일 LED 기업이 올해 투자 확대를 통해 목표로 세운 생산 물량이 국내 기업들 전체 생산물량과 맞먹는다. 여기에 대만 기업들도 중국세에 보조를 맞춰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첨단 장비를 도입해 생산량을 크게 늘린다는 소식이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아예 투자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LED 주요 대기업들도 지난 3~4년간 신규 투자가 없었다. 우물이 마른 격이다.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은 이제 출발부터 무의미한 상황까지 내몰렸다.
위기를 느낀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저가형 제품은 아웃소싱으로 돌리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연구 개발해 선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총알’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조차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신규 투자에 나선다고 해도 규모 차이가 워낙 커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치킨게임’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5년 전 1차 치킨게임 당시 국내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던 전례가 있어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LED 산업 생태계 전체가 위험에 노출된 것이 더 큰 문제다. LED 칩 제조업체들이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위축되면서 패키지 등 후방 업계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뚜렷한 대응 방안조차 없다.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투자 여력도 없고 최근에는 의지마저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금 필요한건 활로 찾기다. 다시금 일어서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도 아낌없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공멸을 길을 걷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