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내 네트워크 구축 및 유지보수 사업, 장비 공급사업 등에 기존 협력사가 아닌 일반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모든 분야에 걸친 ‘완전 개방’ 수준은 아니지만 능력이 검증된 협력사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던 종전 방식과 달리 장비 및 서비스 구매방식을 개방형으로 전환하는 것이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업계는 ‘더 많은 중소기업과 상생을 실천하려는 목적’ ‘경쟁을 이용한 운영비 절감 차원’ 등 엇갈린 분석을 내놓았다.
22일 네트워크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발주하는 다양한 네트워크 사업을 두고 네트워크통합(NI) 업계 사이에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재작년부터 비협력사에도 사업 참여 기회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해 하반기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협력사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협력사 평가로 제품과 회사 운영상황 등 여러 요소를 검증하고 지속적으로 협력이 가능한 업체와 사업을 추진한다”며 “하지만 다른 업체에도 이 같은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협력업체에는 긴장감을, 다른 NI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금융사의 소규모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과거에는 참여하지 않던 중견 NI 업체의 참여가 늘었다. 반도체 공장 라인 증설이나 유지보수 업무도 대상이다. 일부 사업은 기존 협력사를 따돌리고 비협력사가 수주하는 사례도 나왔다.
아직은 고급 기술력이 필요한 대규모 네트워크 구축보다는 중소 규모 시스템관리(SM), 유지보수 분야가 중심이다. 하지만 지난해 초 인도 기지국 구축 사업 당시에는 비협력사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SDS를 통하지 않고 삼성전자 정보전략그룹에서 직접 발주하는 형태의 사업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 마진이 사라지면 일반 NI 업계는 수익성을 한층 개선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협력사를 평가하는 기준은 매우 까다롭고 철저하다. 제품 성능과 기술력뿐만 아니라 레퍼런스, 재정상태, 인력, 매출, 지속가능성 등을 오랫동안 검증한다. 신뢰도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최근 삼성전자의 변화에 대해 업계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좀 더 많은 중소기업에 사업 참여 기회를 제공해 ‘상생’을 실천하려는 쪽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협력사들은 “삼성전자의 문호개방으로 여러 업체에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용절감 차원일 뿐 그 이상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한경쟁 체제로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비협력사에 입찰 기회를 제공했던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며 최근의 변화도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비협력사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변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주목하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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