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위 MRO 가이드라인 시행 3년, `부작용 속출`…동반성장 묘안 절실

#매출 1300억원대 중견제조업체 A사는 업무혁신 일환으로 기업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부문 아웃소싱을 결정했다. 입찰 의향서를 돌린 결과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위원회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전달받았다. 공장이 지방에 위치해 물류 및 정보기술(IT) 구매시스템 혁신이 절실했던 A사는 결국 아웃소싱을 포기했다.

#MRO 대기업 협력사가 된 후 매출이 매년 3~4배 늘고, 첫 해외시장 개척 성과도 올린 포장자재 제조업체 B사는 동반위 MRO 가이드라인 시행 후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MRO 대기업 거래규모 축소와 함께 주문이 줄어든 것. 높은 성장세를 내다보고 투자를 늘린 회사는 뒤늦게 자체 인력을 확보하고 영업에 뛰어들었지만 판로 확대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년간 운영된 동반위 MRO 가이드라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한국형 MRO 시장을 주도했던 대기업들은 발을 빼고 있고, MRO를 통해 시장을 찾은 중소 협력사는 판로를 잃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동반위 가이드라인이 국내 선순환 MRO 생태계 파괴와 중소 MRO 자재업체의 생존권 보장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MRO 시장을 주도했던 업계가 하나둘 주인이 바뀌면서 시장이 혼란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동반위 가이드라인 시행 직전인 2011년에는 삼성이 아이마켓코리아를 매각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월에는 업계 10위권인 큐브릿지가 매각됐고, 이달 16일에는 업계 4위인 코리아이플랫폼이 광동제약에 넘어갔다. 광동제약은 상호출자제한기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아이마켓코리아와 마찬가지로 동반위 가이드라인 규제를 받지 않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상호출자제한을 받는 대기업만 사업을 포기하게 됐다”며 “어렵게 일궈놓은 회사를 차순위 대기업들이 인수해 시장을 주도하는 이상한 구도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판로확대 기회도 사라졌다는 반응이다. 시장을 주도해온 MRO 업체들이 국내와 해외로 시장을 넓혀가며 판로를 열어줬지만 동반위 가이드라인 시행 후 사업제한과 함께 물량이 축소되고 그 불똥을 중소협력사가 맞고 있는 것이다. MRO업체 한 관계자는 “MRO 구매 대행 제안을 받았지만 동반위 가이드라인 때문에 수행하지 못한 중견기업이 50곳을 넘는다”며 “우리도 피해가 크지만 중소 자재 공급사의 피해도 적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MRO기업 협력사 관계자는 “동반위 가이드라인 시행 후 매출과 거래처가 줄고 있다”며 “그동안 제품만 잘 만들면 MRO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할 수 있었는데 이 생태계가 무너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외국계 기업이 들어오면서 자재를 자국이나, 중국 등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나비엠알오, 오피스디포를 비롯해 유럽의 뷔르트(독일), 리레코(프랑스), 일본의 미스미 등이 동반위 가이드라인 시행과 함께 한국 MRO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오랜 비즈니스 노하우와 폭넓은 네트워크로 단기간에 한국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선두 MRO업체를 외국기업이 인수하면 한국 MRO시장이 단번에 외국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계했다.

<【표】한국진출 외국계 다국적 MRO업체 현황 / ※자료:업계 및 각사 리포트>


【표】한국진출 외국계 다국적 MRO업체 현황 / ※자료:업계 및 각사 리포트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