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기술 없는 원천기술 특허 기반 창업 실패 확률 높다

대학이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이나 산학협력단을 운용하며 기술창업을 유도하고 있지만 상업화에 성공하는 사례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래 운용 목적에 걸맞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시각적으로 창업 건수만 늘리는 성과주의에 내몰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TLO 설립 취지는 대학에서 개발한 원천기술과 특허를 기존 기업에 성공적으로 이전해 수익을 내도록 하는 ‘징검다리’ 역할이다. 하지만 기업 경영이나 마케팅 경험이 전무한 대학에서 원천기술만으로 곧장 창업에 나서면서 시장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모 대학의 A교수는 수년 전 라면을 끓일 때 면발 사이의 공간을 넓혀 조리시간을 단축하고 맛을 향상시키는 기술로 특허를 출원했다. 주위에서 라면 대기업에 특허를 이전한 후 러닝 개런티를 받는 식의 계약을 권유했지만 A교수는 학내 창업을 선택했다. 창업 이후 A교수는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폐업신고를 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L아르기닌’ 사업도 고전하고 있다. L아르기닌은 혈관에 쌓인 중금속을 없애고 신체 활력을 증강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연구진은 L아르기닌을 의료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 특허를 지난 2012년 출원하고 ‘혈관청소 주사’로 시장에서 가능성을 주목받았지만 현재 이렇다 할 사업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모 대학 TLO 출신 관계자는 “당시 L아르기닌 특허를 사들여 사업을 키울 수 있는 대기업이 몇 군데 있었지만 대학이 자체 사업으로 키우고 싶어 했다”며 “다른 대학 TLO도 비슷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유독 원천 특허 소유자의 ‘내 사업’ 의지가 강해 설득이 어려울 때가 많았다”며 “좋은 기술이 자본을 만나 크게 성장할 수 있었음에도 사장된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상업화 기술이 부족한 특허기술만으로는 창업에 성공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최근 나온 한국교원대 석사논문 ‘대학 기술이전 및 사업화실태 분석 및 개선방안 모색:대학기술이전전담조직(TLO)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TLO의 연구개발(R&D) 전 주기적 단계 가운데 개선이 시급한 단계는 ‘상업화기술 추가개발’로 지적됐다. 이 논문은 대학산학협력백서 분석, 기술이전 전문가 면접, 각 대학의 TLO 구성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논문 저자 최기혁씨는 “원천기술만으로는 사업화에 성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TLO가 전 주기적 R&D 단계에 참여해 시장 수요를 반영한 R&D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