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동차를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 이사회 멤버인 미키 드렉슬러는 지난 1월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열린 좌담회 도중 “만일 스티브잡스가 살아 있다면 아이카(iCar)를 디자인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2월초. 애플 관련 차량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차량은 애플이 임대를 한 것으로 지붕에는 카메라와 레이더로 보이는 장치를 설치하고 있었다. 마치 구글이 개발 중인 자동운전 차량과 비슷해 애플이 차량을 개발 중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애플이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모터스에서 엔지니어를 뽑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애플이 이직을 하는 직원에게 25만 달러를 지불하는 등 기존 월급보다 60% 인상 등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에 현재 다니는 직원 중 46명은 테슬라모터스 출신이라고 한다. 애플 사내에는 자동차 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직원 수가 640명이나 된다. 애플은 그 뿐 아니라 배터리 기술 전문 엔지니어를 모집 중이다.

이어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월 1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애플이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이라는 명칭으로 전기 자동차를 자체 개발하고 있는 내용이 나왔다.

이 프로젝트는 1년 전 애플 CEO 팀쿡이 시작한 것으로 1,000명 규모 직원을 투입한 것이라고 한다. 타이탄 프로젝트는 포드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금까지 아이폰 개발 관련 업무를 해온 스티브 자데스키가 주도하고 있으며 지난 몇 달 동안 애플 직원이 과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같은 제조사의 차량을 제작했던 기업인 마그나슈타이어(Magna Steyr)를 방문했다고 한다.

애플이 자동차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애플의 폭풍 성장이 새로운 분야 진출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경우 업계 소식통을 인용, 애플이 개발하는 게 단순한 전기 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운전 차량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자동차 제조사가 앞으로 인터넷에 연결, 부분적인 자동운전을 가능하게 한 차량을 선보이는 만큼 애플 역시 자동차를 진화시킬 모든 기술에 관심이 있으며 그 중에 자동운전 기술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애플 측은 이런 소문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고 있다. 물론 자동차 업계에 새로 진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테슬라모터스 정도가 크라이슬러 이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신규 설립, 진입한 기업 중 처음으로 이익을 창출한 곳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변화 중이다. 애플에게 유리한 구도도 생기고 있다. 자동차에 정보 기술 비중이 늘어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텔레매틱스와 자동운전 기술, 보행자용 인터페이스 등이 속속 추가되는 등 자동차 제조사가 점점 IT 기업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자동차 제조사는 터치스크린과 음성인식 기술을 그냥 탑재하는 데 급급한 상태다. 아이콘이나 버튼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인터페이스, 정확도가 떨어지는 음성 인식 등 UX에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자동차 대시보드에는 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기능이 들어갔지만 UX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작 필요한 IT 기술에 대한 접목은 부족한 경우도 많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모듈만 있으면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는 차량 자가 진단 기능 같은 게 대표적이다. 자동차 엔진이나 내부 컴퓨터에서 정보를 읽는 모듈이 이미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이들 제품은 자동차판 헬스킷(HealthKit)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자동차 시스템을 둘러싼 UX나 소프트웨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이들 분야는 모두 애플의 전문 분야이기도 하다. 물론 애플은 카플레이를 선보였지만 카플레이는 자동차용 컴퓨터에 iOS를 얹어 결국 자동차 제조사가 만든 대시보드 기능을 대체하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다. 애플이 자동 운전 차량을 내놓을지 혹은 사람이나 시리가 운전대를 잡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자동차 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는 애플 뿐 아니라 테슬라모터스와 구글 등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는 건 분명하다.
더구나 애플에겐 막대한 자금이 있다. 보통 자동차 제조사가 완전 백지 상태에서 자동차를 새로 설계한다면 7∼10년 동안 20∼40억 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애플은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만큼 시장에 진입하려면 아예 자동차 부문을 설립해야 할 가능성이 높고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 하지만 시가 총액 7,000억 달러를 돌파한 애플 입장에선 이런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막대한 현금 보유액의 일부만 쓸 뿐이다. 외신 분석에 따르면 애플이 이 프로젝트에 들일 규모는 50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애플이 실제로 자동차를 개발하게 된다면 현재 스마트폰 업계를 주도하는 구글과 애플의 양자구도가 자동운전 자동차 시장에서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테슬라모터스 등 신흥 제조사까지 더해 기존 자동차 업계와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애플의 자동차 진출 소문이 이어지면서 세계 3대 디자이너이자 애플에 합류한 마크 뉴슨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는 포드가 선보인 매력적인 컨셉트카인 021C(Ford 021C)를 디자인한 바 있다. 마크 뉴슨은 지난해 10월 조너선 아이브 애플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현재 미국 자동차의 디자인을 싫어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