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냉동실

설 연휴에 주부가 하는 고민 중 하나가 삼시 세 끼 챙기기다. 명절 음식을 대거 장만했지만 두 끼 정도 먹고 나면 전이며 나물 등은 천덕꾸러기 반찬으로 변신한다. 이런 음식은 냉동실로 들어간다. 명절 음식을 준비하며 남은 고기나 생선 등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냉동실은 이런 식재료를 보관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꽁꽁 얼려두면 상할 염려가 감소한다. 나중에 언제든지 해동해서 쓸 수 있다. 이렇게 냉동실로 들어간 각종 식재료와 음식들. 과연 주부는 이런 음식의 종류와 규모가 얼마인지 알고 있을까.

물론 베테랑 주부는 음식물과 식재료마다 꼼꼼하게 보관 날짜를 써가며 냉동실을 관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주부는 이렇게 하지 못한다. 수많은 식재료가 냉동실에 쌓인다. 그러다 냉동실에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을 때 대대적인 청소를 한다. 도대체 언제 냉동실에 보관했는지 모를 꽁꽁 얼어버린 고기 덩이부터 생선과 떡까지 없는 게 없다. 지난 추석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전 꾸러미도 어김없이 나온다. 결국 몇 달 만에 하게 되는 냉동실 청소는 거의 대부분 얼린 식재료를 버리는 일로 끝난다. 언제 어떻게 냉동됐는지 알 길이 없어 해동 후 식재료 상태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부에게 냉동실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않은 비밀의 공간이다.

기업에도 냉동실이 있다. 바로 데이터베이스(DB)다. 수많은 기업 내 중요 정보가 쌓이는 곳이 바로 DB다. 그런데 과연 기업 내 DB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어디선가 따로 떨어져 나온 고객 정보가 DB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지 않을까. 기업 내 중요한 지식재산 문서가 암호화되지 않고 그냥 보관되고 있지 않을까. 문서 중요도에 따라 관리는 되고 있는가. DB에 누가 접근했는지 알고는 있을까.

DB 관리자와 주부는 그들의 비밀창고를 누구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가족의 건강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책임지는 막중한 업무를 하기 때문이다. DB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꼼꼼히 관리하지 않으면 어떤 정보가 어디서 얼마나 유출됐는지 알 길이 없다. 피해를 보고도 남이 알려줄 때까지 모르는 사태가 여기서 발생한다. 기업 DB가 가정 냉동실같이 관리되고 있지 않은지 제대로 들여다보자.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