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티볼리가 누적 계약 1만대에 육박하는 실적을 올렸지만 모델 간 간섭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세단 고객을 빼앗아오며 소형 SUV 시장 전체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13일 출시한 티볼리 누적 계약 대수가 설 연휴 직전 9500여대를 기록해 1만대 돌파가 유력하다고 23일 밝혔다. 지난달 공식 집계된 출고량도 2312대로 쌍용차 전체 내수 판매의 33.9%를 차지했다. 출시 한 달을 갓 넘은 시점임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성장세다. 올해 연간 판매 목표(3만8500대)의 4분의 1가량을 한 달 만에 달성한 셈이어서 초과 달성도 유력하다.


애초 티볼리 경쟁상대로 여겨졌던 르노삼성자동차 QM3 등 다른 소형 SUV 모델 역시 판매 호조를 이어갔다. QM3는 지난달 1642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 178대보다 8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지엠 트랙스 역시 같은 기간 713대가 팔려 지난해 1월 718대에서 0.7% 판매가 감소했을 뿐이다.
수입차 경쟁 상대였던 푸조 2008 역시 물량 확보에 숨통이 트이며 236대가 판매, 브랜드 사상 최다 판매 모델에 등극했다.
티볼리 출시에도 불구하고 소형 SUV 모델이 고른 성장을 보인 셈이다. 티볼리 출시로 모델 간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간섭 효과보다는 동반 상승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는 이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며 “소형 SUV 인기 상승세가 티볼리 출시에 따른 간섭 효과보다 더 강력한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디젤차 일색이었던 SUV 시장에서 가솔린차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며 시장을 넓혔다는 평가다. 티볼리는 6월 디젤 모델 출시가 예고됐지만 현재 계약 물량은 모두 가솔린 모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16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높은 상품성이 인기 요인”이라며 “가솔린 SUV도 상품성을 갖추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형 SUV와 가격대가 비슷한 준중형·소형 세단은 고객을 빼앗긴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아반떼는 지난달 4357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5.5% 감소했다. 기아자동차 K3 역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줄어든 2356대가 판매됐다.
결국 소형차 시장에서도 세단보다는 SUV 인기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들 모델 모두 출시된 지 3~5년이 지난 모델이어서 올해 하반기 신차 효과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