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돈도 좀 벌어야지요.”
오는 26일로 한국SW전문기업협회장 임기를 마치는 이정근 회장에게 소감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이 회장은 회장대행 기간까지 합해 2년 반가량 협회 일을 돌봤다. (대표로 있는 솔트웨어 경영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이겠지만) 이 회장은 일부러라도 솔트웨어와 엮일 가능성이 있는 일은 배제하고 임기 동안 중소 SW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특히 SW산업진흥법개정안 발효 이후 중소 SW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폐해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정·관계에 중소 SW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한 공공기관이 입찰제안요청서(RFP)에 외산 SW를 표준으로 집어넣은 것을 벤치마크테스트(BMT) 방식으로 바꿔 국산 SW와 공정한 경쟁을 치르게 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장은 “그동안 공공정보화 사업에서 SW를 도입할 때면 제품 성능이나 기술력보다는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인지도는 낮아도 기술력은 뛰어난 국내 중소 SW의 판로를 싹부터 잘라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공기관이 무조건 국산 SW를 써야한다는 게 아니라 국산 SW도 공정한 잣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공평하게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노력은 공공기관이 SW를 구매할 때 BMT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단초가 됐다. 그는 “법안이 통과하면 우수 국산 SW가 공공시장에 진출하는 기회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남이 볼 때는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해당 기업에는 생사가 달린 일일 수 있습니다. 협회가 하는 일은 회원사가 영업·마케팅 활동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손톱 밑 가시를 대신 제거해주고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입니다.”
이 회장이 임기 동안 견지해 온 철학은 정부 정책이 기술력을 가진 국내 중소 SW기업의 판로를 가로막아 성장을 저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