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의 핀테크기업 출자허용 정책 실현 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존 금융 관련 법률은 그대로 두고 유권해석으로만 이를 허용하기로 한 방침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등 법률에서 인수가능 기업으로 규정한 ‘업무 직접 관련된 회사’의 범위가 매우 한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핀테크 산업을 주도하는 온라인쇼핑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업체 등이 포함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범금융 대토론회의 주요 제안 사항의 처리방안에서 ‘금융회사의 핀테크기업에 대한 출자 허용’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3월까지 출자 가능한 핀테크기업의 범위를 전자금융업 등으로 명확히 확정하고 유권해석을 공개해 금융회사의 핀테크기업 출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 정책은 지난 3일 대토론회에서 핀테크의 주역인 금융회사가 핀테크 회사나 정보기술(IT)기업을 인수하면 안 되는지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금융위는 허용 범위를 ‘금융업 또는 금융기관의 업무와 직접 관련 있는 회사 등에 대한 출자·지배만 가능’하다는 기존 금융 관련 법률에 기반을 둔다고 밝혔다.
기존 법률에서도 핀테크기업 출자·지배가 가능하지만 사례 부족이나 출자 가능한 핀테크기업 범위의 불명확성 등으로 금융당국과 사전협의를 하지 않는 한 출자가능 여부를 명확히 알기 어려워 투자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가 제시한 핀테크기업의 범위는 전자금융업(전자화폐 발행·관리, 전자자금이체, 전자지급결제대행, 직·선불 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 등), 금융데이터 분석, 금융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제공 등으로 제한적이다.
실제로 금융위 관계자는 G마켓(온라인쇼핑), 다음카카오(SNS) 등의 출자 허용 여부에 대한 질문에 검토할 방침을 밝혔지만 금산분리 훼손 우려를 내세워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쳤다.
관련 업계도 금산분리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급조해 발표되는 유권해석에 획기적인 출자 허용 범위를 담아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6월까지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금산분리 완화방안을 결정키로 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생색내기 공수표가 될 우려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관련 한 교수는 “기존 법률 내에서 금융회사의 핀테크기업 출자가 단 한 건도 없었던 이유는 금융사의 필요가 없었거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유권해석만으로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지는 미지수”라며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이어 “산업의 특성이 이전과 많이 달라진 만큼 금산분리 등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