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 매각이 안갯속이다.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중국 SMIC가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뚜렷한 매각 방향이 잡히지 않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SMIC는 동부하이텍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침 언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SMIC는 “동부하이텍에 대한 세부정보가 부족하다”며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필요한 추가 정보가 무엇인지 별도 요청을 하지 않았고, 매각주간사와 산업은행이 제시한 내용에 상당한 수정을 요구해 실제로 매각 협상 테이블에 앉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SMIC가 과거와 달리 동부하이텍 인수전에 참여할 이유가 없어진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동부하이텍 인수 전에 관심을 보였을 당시 SMIC가 생산설비 부족 문제를 겪고 있어 팹 증설이 절실했지만 이후 대형 고객사 물량이 줄어들면서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고 기업 정보만 살핀 것도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다품종 소량 생산에 최적화한 동부하이텍의 팹 운영 노하우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동부하이텍은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 CMOS이미지센서(CIS) 등을 생산한다. 메모리와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비메모리 분야의 공정 운영에 특화됐다.
SMIC가 미지근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향후 매각 일정도 미궁 속이다. SMIC가 확실한 계획을 밝혀야 수의계약을 할지 재매각 공개 입찰을 할지 방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측은 “아직 특별한 매각 일정이 없다”며 “SMIC가 어떻게 방침을 결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매각 방향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해 자신감이 커진 상태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5677억원, 영업이익 437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했다.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흑자전환까지 수년이 걸린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흑자 경영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팹 가동률이 70% 이하여도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원가를 절감한 것도 주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등의 성장으로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것을 감안하면 동부하이텍처럼 다품종 소량 생산을 잘 할 수 있는 공정 노하우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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