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배터리, 정말 개선 안 되나요?”…소재로 진보한다

스마트폰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박막 메탈 양극 기술이 개발됐다. 전력 소모량을 줄인 부품을 쓰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소재를 채택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 소형 드론뿐 아니라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배터리 성능이 개선돼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미국 스타트업이 ‘무양극 기술’을 내놓는 등 소재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스타트업 솔리드에너지시스템즈(SolidEnergy Systems)는 ‘무양극 기술(anode-less technology)’을 활용해 성능을 대폭 개선한 박막 메탈 양극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탄소 양극 배터리, 실리콘 기반 양극 배터리, 박막 메탈 양극 배터리. <자료:솔리드에너지시스템즈>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배터리 성능이 개선돼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미국 스타트업이 ‘무양극 기술’을 내놓는 등 소재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스타트업 솔리드에너지시스템즈(SolidEnergy Systems)는 ‘무양극 기술(anode-less technology)’을 활용해 성능을 대폭 개선한 박막 메탈 양극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탄소 양극 배터리, 실리콘 기반 양극 배터리, 박막 메탈 양극 배터리. <자료:솔리드에너지시스템즈>

미국 스타트업 솔리드에너지시스템즈(SolidEnergy Systems)는 ‘무양극 기술(anode-less technology)’을 활용한 배터리를 개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장에는 내년, 그 이듬해에는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전략도 수립했다.

회사는 배터리 제조사인 A123시스템즈(A123 Systems)와 공동으로 이 기술로 같은 크기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수명을 2배 늘린 시제품을 23일(현지시각) 선보였다.

한 쌍의 전극과 전해물로 구성돼 리튬이온 배터리와 형태는 동일하지만 양극(anode) 소재로 기존 그라파이트 대신 리튬과 구리를 써 얇은 박막 형태로 만들었다. 같은 에너지 밀도를 갖는 전지보다 두께는 5분의 1이지만 이온은 10배나 많이 저장할 수 있다. 크기도 절반 정도다. 표준 4셀 배터리 케이스에 넣으면 현재보다 성능을 두배 늘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안전 문제 또한 해결했다. 독자적으로 효율성과 안전성 모두를 확보한 전해질 용액을 만들었다. 메탈 양극과 유기 전해용액이 만나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고체 전해질은 가연성이 떨어지지만 상온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

얇아서 깨질 가능성이 높은 메탈 양극도 폴리머를 코팅하는 방식으로 온·습도에 대한 저항성을 확보했다. 전해용액의 성능을 강화하도록 제조 공정을 미세화해 최소 300회의 충전 사이클에 견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제품은 100회까지 가능하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 제조 시설과 기술, 표준 등을 활용할 수 있고 배터리 1200만개 기준 생산단가가 킬로와트시(kWh) 당 400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단가의 80% 수준이다. 회사는 향후 전해질과 양극 소재를 대형 배터리 제조사에 납품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소재산업 특성상 완성품 업계에 단시간에 적용되긴 쉽지 않지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휴렛팩커드(HP)와 에너자이저 등 배터리업계에 17여년 간 근무했다는 기술 전문가 존 워즈니악은 “다른 기술보다 가장 잠재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제조사들은 내재화 전략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단 특허를 확보한 뒤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에는 실리콘으로 고용량 양극재를 만들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실리콘 양극재 기반 배터리를 상용화하는 수준까지 달한 업체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엠프리우스(Amprius)뿐으로, 이 업체는 용량을 20% 정도 늘린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엠프리우스는 지난해 초 삼성전자 갤럭시S5에 배터리를 공급했다고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리튬에어(lithium-air) 기술이나 리튬황(lithium-sulfur) 등도 차세대 소재 기술로 곳곳에서 연구되고 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