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기관장에게 듣는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안전판’ 역할을 잘 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유망한 중소기업을 글로벌 시장으로 내보내는 ‘성장판’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

[2015 기관장에게 듣는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그동안 중진공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재기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등의 사업은 잘 해왔지만 보다 적극적인 지원 기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정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한계기업’과 잠재력이 있어 조금만 도와줘도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기업’입니다. 중진공은 한계기업뿐 아니라 유망기업을 해외로 데리고 나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워내는 데도 역점을 둬야 합니다.”

이는 임 이사장이 앞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이 경제성장을 담보할 것이라는 점을 오랜 시간 고민해 다다른 결론이기도 하다.

그는 “고속성장을 하던 우리 경제는 국민소득 3만달러 벽에 가로막혀 정체돼 있다”며 “과거 50년간 대기업이 주도하던 경제성장 공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으며 이제 중소기업이 경제의 중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취임 한 달이 지난 임 이사장은 올해 중진공의 사업방향으로 중소기업의 산업생태계 자생력 강화와 글로벌화에 방점을 찍었다. 자생력을 갖춘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해 마케팅, 유통 분야에서 축적한 연구 경험을 정책에 접목시켜 중기 자생력 강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목표다.

임 이사장은 “시장에서는 자생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시장에서 선택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안목과 관점이 필요하며 이 같은 역량은 중기 CEO들의 마케팅 마인드가 올라갈 때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기를 약자나 환자로 보고 언제까지나 지원 대상으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며 “치료와 영양분 공급도 중요하지만 나가서 자생력을 기를 수 있는 기업가 정신 향상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전했다.

[2015 기관장에게 듣는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그가 말하는 기업가 정신이란 시장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관점과 수요자 입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마케팅 역량을 말한다. ‘유통 전문가’이기도 한 임채운 이사장은 “팔리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중소기업의 성장도 없다”며 판로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생력 강화를 위해서는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게 임 이사장의 지론이다. 한중 FTA 체결 등으로 경제 영토가 확대됐지만 중소기업의 사업 기반은 여전히 내수 시장 중심이다. 수출 중소기업은 8만6207개로 전체 중소기업의 2.6%, 100만달러 이상 기업은 수출 중소기업의 17%인 1만4446개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지만 동시에 취약한 부분은 ‘현지화’다. 이를 위한 중진공의 해법은 중소기업에 민간 전문인력을 연결해주는 ‘민간네트워크’ 사업이다. 다음 달 실시하는 이 사업은 전 세계 140여곳의 대행사를 선정해 해당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중기와 현지 전문인력을 직접 연결해준다. 중국처럼 현지화가 진입장벽으로 손꼽히는 시장에서도 이를 활용해 현지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임 이사장은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 유학생들을 중소기업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추후 만들어 인력 미스매칭을 해결하고 중소기업 현지화에도 도움을 주도록 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K-히트 플라자’와 ‘내일채움공제’다. 이는 중국 대리판매상을 활용해 2, 3선 도시 유통거점을 확대하고 백화점 등 현지 유통망과 국내외 대기업과 협력해 유통채널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임 이사장은 “유통 지원은 물류창고, 물류 시스템, CS 등을 두루 갖춰줘야 하기 때문에 매장만 설치한다고 되지 않는다”며 “유통 분야의 경험을 두루 살려 중소기업이 작은 파이라도 깊게 떠먹을 수 있도록 현지화 지원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하반기 처음 시작한 내일채움공제도 중기 인력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한 중진공의 주력사업이다. 내일채움공제는 중기가 우수인재를 유치하고 그들이 오래 근속할 수 있도록 회사와 개인이 함께 적금 형태로 목돈을 만들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직원이 목돈을 받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에 인재가 안 오는 이유 중 하나는 성과와 연계된 보상제도가 부족해서”라며 “아직 초기단계지만 내일채움공제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해 우수인재가 중기로 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 이사장은 “기회이자 위협이기도 한 FTA 요인을 잘 살려 중기를 시작으로 경제성장에 중진공이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임채운 이사장은]

[2015 기관장에게 듣는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1957년 경기 의정부 출신의 임채운 이사장은 강단에서 23년간 유통 및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해 왔다. 서강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MBA를 수학, 미네소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학술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쓰며 7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제조사 PL선택,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등의 연구결과로 미국 마케팅학회, 한국경영학회, 한국유통학회 등으로부터 우수연구자상을 받기도 했다.

임 이사장은 경영학 같은 실용학문에서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론은 학술가치가 없다는 신념에 따라 움직였다. 이에 중소기업 경영선진화, 수출 성과분석, 규제 감축 등 정부부처와 지원기관이 정책 수립이나 사업 추진을 할 때 힘을 보태는 등 이론과 현실을 접목한 활동에도 주력했다.

실제로 유통·마케팅 분야 최고 권위자인 그는 한국유통학회장,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을 맡았으며 차기 한국경영학회장으로 선출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비상임이사를 비롯해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정책자문위원, 대규모 유통업거래 분쟁조정협의회 위원장,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및 적합업종 공익위원 등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외부 활동도 벌이고 있다.

중진공은 연간 3조원 이상의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중소기업에는 종합병원과 같은 곳인 셈이다. 이 때문에 민간 출신인 임 이사장이 취임했을 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기도 했다. 그는 “신규 사업에서는 교수 출신이 추진력이 약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폭넓은 시야로 지원정책의 방향성을 가리키는 데에는 교수 출신이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이사장은 중소기업의 자생력 제고라는 목표를 임기 내 달성한다는 포부다. 그는 “동반성장, 상생협력 이런 말들은 사실 대기업에 중소기업이 묻어가는 것”이라며 “단순히 대기업 발전을 통한 낙수효과에 기댈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스스로 분수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재력 높은 기업군을 발굴해 수요자 맞춤형 종합 연계지원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중진공 중점 추진 사업계획은]

올해 중진공이 추진할 사업계획은 크게 네 가지다. △중소기업의 국내외 판로개척 사업 정책△자금 지원을 통한 중기 자생력 강화 △중소기업 창업 및 재도전활성화 △중소기업 인력지원사업 활성화다.

중기 판로개척을 위해 K히트 플라자 사업은 물론이고 진단과 컨설팅 기반의 맞춤형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인 ‘차이나 하이웨이’를 확대하고 중국 내수시장용 한국상품인증 브랜드 개발로 현지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중진공과 유관기관의 각각 전문성을 활용해 프로그램 상호 연계와 협력을 강화한다. 중진공의 글로벌 역량진단 사업과 컨설팅, 수출로드맵 수립 사업을 KOTRA의 시장조사, 바이어발굴, 브랜드 홍보, 해외전시회 참가 등 관련 사업과 연계하는 식이다.

이외에 온라인 수출 원스톱 지원을 통한 수출성과를 만들 예정이다. 회사정보와 제품특성을 파악해 중기제품 해외 첫 수출 지원을 위한 수출인프라를 만드는 한편 중소기업의 외국어 홈페이지가 구글, 야후 등 검색엔진 초기화면에 상위 노출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창업기-성장기-재도약기로 이어지는 기업 생애주기별 자금운용 정책도 예산을 확대한다. 창업기의 스타트업에는 청년전용창업자금을 포함한 자금지원과 투·융자복합금융 지원사업을 수행한다.

특히 성장기와 재도약기에 있는 중기 지원 예산을 늘려서 집행한다. 고성장기업 전용자금과 기초제조성장자금, 개발기술사업화 자금 예산은 지난해 1조1850억원에서 올해 1조3270억원으로 늘었다. 신설된 재도약자금을 비롯해 재창업자금 등 재도약기 기업에 돌아갈 예산은 지난해 1조700억원에서 1조990억원으로 확대 편성됐다.

고성장 기업에는 자금뿐 아니라 수출과 R&D 사업 지원도 각각 250억원, 200억원의 예산을 별도로 잡아 연계지원한다. 또 매출액 10억원 미만의 소재부품 업종 기업에는 전용자금 2000억원을 마련해 고성장 기업으로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방침이다.

창업과 재도전 활성화를 위해서는 청년창업사관학교 사업을 정예화하고 성과 창출에 역점을 둔다. 청년 창업자들이 자금지원을 받은 후 사업화 과정에서 느끼는 판로개척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300개 내외의 업체를 국내 온라인 쇼핑몰 입점 지원하고 100개의 기업을 글로벌 청년창업기업으로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기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내일채움공제 사업에 올해 신규 가입자가 6000명을 돌파할 수 있도록 역량을 쏟을 예정이다. 정책연수와 뿌리산업 연수를 강화해 민간영역에서 소외된 공공연수 기능도 강화한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