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이후 대형 저축은행이 지방 중소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영업구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 밀착 서민금융이라는 본래 설립 취지와 동떨어진 영업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BI 1·2·3·4 저축은행을 통합한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전국 5개 관할 구역에서 대출 영업을 하고 있다. 저축은행 최다 영업망이다.
대부업계열인 웰컴, 오케이 저축은행과 금융지주계열인 IBK저축은행도 4개 구역에서 영업을 진행 중이다. HK저축은행도 지난해 10월 부산 HK저축은행과 합병해 점포가 14개로 늘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경기·인천·전라남북·제주지역 등 기존 영업망에서 예성저축은행을 합병하면서 서울을 추가로 확보해 총 12개 점포에서 활발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저축은행이 지역밀착형 서민금융이라는 설립 취지를 벗어나 영업구역을 확대하는데 있다.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충청 등 전국을 6개 관할 구역으로 구분해 영업을 하고 있다. 예금은 전국 각지에서 받아도 자유롭지만 대출에 있어서는 해당 관할 지역에서 30∼50% 정도 할당량 이상의 개인의무여신영업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해당 규제는 예전 지방소재 저축은행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과도한 대출 영업을 확대하는 관행을 끊고 주어진 관할 구역에서 지역밀착형 금융을 추구하라는 금융당국의 조치였다.
업계 관계자는 “관할 지역에서 예금을 받아 해당지역에 필요한 개인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해주자는 게 본래 저축은행의 업무행태”라며 “저축은행이 전국에서 영업이 가능하게 되면 지방에서 돈을 끌어 모아 수도권에 대출해 주는 등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영업이 팽배해져 시중은행과 다를 게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저축은행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이 영업구역을 확대한 것은 지방은행 인수에 따른 영업구역 승계”라며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광역화가 바로 지역 밀착형 금융을 약화시킨다고 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광범위하게 전국적으로 영업하는 대형 저축은행이 지점수를 늘려 개별 점포에서 서민 밀착 금융을 집중하도록 장려하는 것에 당국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 규제에 대한 입장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확대를 규제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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