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험인증 시장에서 매년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관들이 즐비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일 규모가 큰 기관이 1000억원 남짓의 연간 매출에 그치고 있다. 현재 세계 시험인증산업은 SGS, TUV, BV, UL 등 주요 기관이 세계 시장의 60%를 장악하다시피 했다. 이들은 오랜 사업 경험과 이름값을 무기로 적극적 인수합병(M&A)에 뛰어들면서 영향력을 더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펴고 있다.
최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은 스위스의 SGS다. 지난 1787년 설립돼 지난 2012년 기준 6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140여개국에 글로벌 조직을 가동하는 이 기관은 종업원 수만해도 7만1000명에 달한다.
2위를 차지한 프랑스의 BV는 매출액 5조6000억원에 5만2000명의 조직원을 확보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DNV, 영국의 인터텍, 독일의 데카라도 연간 매출액이 3조원을 넘기며 시험인증기관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한 미국의 UL도 1조5000억원 내외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해외 주요 시험인증기관 가운데는 전 산업 분야를 관할하는 기관도 있지만 특정 산업에서 고유의 경쟁력과 노하우를 쌓아온 기관이 적지 않다. 독일 TUV는 자동차, 산업컨설팅, 에너지 분야에 별도의 시험인증기관을 계열사처럼 가동하고 있다. BV는 M&A를 통해 꾸준히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위상을 높여온 경우다.
우리나라 시험인증기관은 아직까지 규모 면에서 글로벌 기관과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산업기술시험원(KTL)은 2012년 기준 9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종업원 수도 70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7대 시험인증기관의 매출액 총합은 3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내수 위주로만 사업을 해왔고 해외사업에도 불과 2~3년전부터 고개를 돌리고 있는 단계다.
이광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연합 등 선진국은 개발도상국 제조업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시험인증과 연계한 기술규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국가 시험인증 산업이 성장하면 기술유출 방지효과를 거두면서 제조업 경쟁력까지 높이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