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특집]알뜰폰 5년 "제4이통 도입한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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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5년째를 맞은 알뜰폰(MVNO)은 매년 빠른 속도로 가입자를 늘리며 가계통신비 인하에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공고하던 이동통신 3사의 아성을 비집고 지난해 시장점유율 8%를 넘어섰다. ‘제4 이통이 등장한 것과 같은 효과’라는 말이 알뜰폰의 활약을 잘 보여준다. 고용창출 효과도 1만3000명을 넘는다. 그러나 저가 위주인 알뜰폰은 적은 매출액에 영업적자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전파사용료를 추가로 면제해주는 등 정부지원이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알뜰폰 시장 현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지난해 1년 새 120만명 알뜰폰행

알뜰폰 가입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3년 248만명에서 지난해 460만명으로 1년 만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1년 공식 출범 당시 4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10배 넘게 급성장한 것이다. 알뜰폰이 이동통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가입자 수 기준)에 달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540만명, 내년 6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성장을 이끈 것은 후불폰이다. 시장 초기에는 선불폰이 시장을 주도했으나 2013년 후불폰이 135만명으로 선불폰(113만명)을 앞지르면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후불폰만 125만명이 늘면서 급속한 시장성장을 뒷받침했다.

알뜰폰의 가계통신비 인하효과는 적지 않다. 직접 통신망을 깔지 않고 빌려 쓰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고, 이는 고스란히 통신비 인하에 반영된다. 1인당 월평균통신요금은 이통 3사 3만1263원, 알뜰폰 1만1948원이다. 알뜰폰이 2.6배나 저렴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2011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알뜰폰 가계통신비 인하효과가 1조56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10개 업체 알뜰폰을 판매하고 있는 우체국도 이통 3사 통신요금보다 평균 68%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알뜰폰에도 고민은 있다. 가입자 수에 비해 매출액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지난해 알뜰폰 업계는 6400억원의 매출을 올려 22조원 규모인 이동통신시장에서 3%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작년에만 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적자는 2600억원으로 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알뜰폰 서비스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 10개사 55% 점유…별들의 전쟁

현재 28개 업체가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다. 가입자 순위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CJ헬로비전이 83만여명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SK텔링크(75만명)와 유니컴즈(43만8000명), 스페이스네트(35만5000명·프리텔레콤 포함), 아이즈비전(35만3000명), 에버그린모바일(30만명) 등이 뒤를 쫓고 있다. 올해부터 복수 MVNO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알뜰폰 업체들이 두 개 이상의 이통사 통신망을 사용, 더욱 치열한 유치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알뜰폰 업체 가운데 SK텔링크와 에스원, KCT, 이마트, CJ헬로비전, KT파워텔, 홈플러스, KT텔레캅, KTIS, 미디어로그 10곳이 대기업 계열사로 분류된다. 대기업 계열사는 전체 시장의 55%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18개 중소사업자를 합한 것보다 시장점유율이 높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명분 아래 대기업에도 알뜰폰 시장을 개방하기로 하고 2012년 1월 CJ헬로비전과 6월 SK텔링크에 사업허가를 내줬으며 지난해 7월에는 KTIS, 미디어로그 진입을 허용해 이통 3사 자회사에도 알뜰폰 문을 열어줬다.

대기업 계열사는 ‘중소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이통 3사가 장악하고 있던 이동통신시장에 균열을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수 111만명 가운데 80%인 89만명이 대기업군에서 나왔다. 이통 3사로부터 가입자를 뺏어오는 데 성공하면서 결과적으로 이통 3사가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도록 했다.

◇여전히 900억대 적자…전파사용료 유예 ‘숙원’

올해 알뜰폰 업계가 꼽는 최대 숙원사업은 ‘전파사용료’ 면제기한을 3년 연장하는 것이다. 알뜰폰 시장안착을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유예해준 전파사용료 납부 면제기한이 오는 9월로 끝나기 때문이다. 추가로 면제되지 않으면 연간 200억~300억원 규모 전파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지난해 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업계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전파사용료 문제는 단순한 경영부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알뜰폰 성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알뜰폰 업계는 전파사용료를 마케팅비용으로 사용하면 가입자가 올해 540만명, 내년 64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파사용료를 납부해 마케팅활동이 위축되면 시장이 올해 521만명, 내년 554만명으로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했다.

알뜰폰 시장 확대에 필수적인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전파사용료를 추가로 면제해줘야 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현재 알뜰폰 시장의 8.5%가 LTE를 사용하고 있다. LTE 비중이 64%에 달하는 이통3 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LTE서비스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알뜰폰 업체들은 비싼 LTE 단말기를 확보하지 못해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그러나 결정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세수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미래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