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에 숨은 암의 신호를 아세요? ‘암 걸리겠다’는 농담이 오가는 시대, 연간 암 발병인구는 세계적으로 1,406만명, 국내에서도 22만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암 발생자 수는 매년 증가해 2012년 기준으로 약 22만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2년 대비 91.5% 증가한 수치이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8번째로 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이다. 히 대장암과 위암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 발병 국가이며, 폐암은 3위, 간암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적 손실 또한 크다. 전 세계적으로는 2012년 한 해 동안 1,406만명의 암 환자가 새로이 발병했고, 암으로 사망한 환자 수는 820만명. 암과 관련해 매년 1,200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 세계 암 보고서(The World Cancer Report 2014)를 통해 암 조기 진단과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기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 우리나라도 국가 암 검진 사업의 주요 목적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율을 높이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흔히 ‘말기’라고 부르는 원격(Distant) 전이 단계에 암을 발견한 경우는 국한(Localized) 또는 국소(Regional) 전이 단계에 치료를 시작한 경우에 비해 생존율이 5년으로 현저히 떨어진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국내 발생순위 2위인 위암의 경우 국한 단계 발견 시 94.6%의 5년 생존율을 보이는 반면, 원격 전이 이후 발견 시 5년 생존율은 5% 수준에 그쳐, 암의 조기 발견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암 전문 의사들은 “특히 PET-CT, MRI 등 암을 진단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여러 검사를 시행하지만 ‘눈에 보이는’ 병변을 확인하는 기존의 진단 방식으로는 미세한 초기 암 발견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암을 초기에 그것도 간단한 방법으로 진단하는 것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현재 업계에서는 암 조기 발견을 위한 혈액 진단 분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몸속의 혈액은 10만km 길이의 혈관을 따라 인체 구석구석의 60조 개 세포들을 거치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페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체는 3~4개월을 주기로 완전히 새로운 혈액으로 채워져, 혈액은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다. 이같은 과학적 근거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혈액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하고자 하는 연구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PSA, AFP, CEA, CA19-9, CA125, SCC 등은 암 진단을 위해 쓰이는 통상적인 종양 표지자들로, 비교적 저렴한 검사이나 정확도 측면에서 민감도(질병이 있는 경우, 있다라고 판정할 확률)가 높으면 특이도(질병이 없는 경우, 없다라고 판정할 확률)가 낮고, 반대로 특이도가 높으면 민감도가 낮게 나타나는 한계 때문에 활용이 제한적이다.
일부 표지자는 암 환자뿐만 아니라 정상인에게서도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암 진단에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 구글의 연구조직 구글X는 대규모 생체 연구 프로젝트인 ‘베이스라인 스터디(Baseline Study)’를 진행 중이다.
구글측은 기증자들의 혈액, 타액, 눈물에서 암 등 질환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표지자를 찾아내 이후에는 질환 진단 서비스로 확장시키는 것이 연구 목표이다. 연구팀은 상용화까지 5~10년 이상, 즉 2020년 이후에야 구체적인 결과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국립암센터는 암 환자의 혈액 속 마이크로 RNA의 종류와 양이 건강한 사람과 대비해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가를 기반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약 784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연구로, 2018년에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 약대 연구진은 지난 2014년 암세포가 분리되고 죽는 과정에서 혈류로 보내는 DNA를 통해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혈액에서 검출되는 DNA는 매우 극소량으로 실제 상용화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3년 전 미국에서는 당시 16살 소년인 잭 안드라카(Jack Andracka)가 5분 안에 단백질 ‘메소텔린(Mesothelin)’ 검출 방법으로 췌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 ‘옴 미터(Ohm meter)’를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췌장암에 걸린 사람의 혈액 샘플이 아닌 실험용 쥐로만 테스트한 점 등 연구 설계에 미흡한 부분이 많아 의학계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이다. 앞으로 정교화된 연구와 검증을 거쳐 췌장암 진단법으로 유효성을 인정받기까지는 짧지 않은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브래드포드대학 다이애나 앤더슨(Diana Anderson) 박사는 암환자의 혈액 속 백혈구가 자외선에 노출될 때 정상인에 비해 더 쉽게 DNA가 파괴된다는 점을 발견, 이를 이용해 암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발표도 아직 초기 단계의 연구 결과일 뿐, 추가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혈액 속 DNA, 단백질 또는 세포와 관련된 다양한 암 바이오마커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효과가 입증돼 상용화 된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암 바이오마커 ‘ECPKA’는 예외적으로 체외 진단기기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출시돼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ECPKA’가 현재 유일무이하게 상용화에 성공한 체외진단 검사키트로써 암 진단 시장에서 핵폭풍급 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체에 암이 생기면 암세포가 ‘ECPKA’ 라는 물질을 혈액으로 방출한다는 사실은 1999년에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는 당시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근무하며 암치료에 대해 연구하던 재미교포 조윤상 박사에 의해 발견됐다. 이후 미국 바이오기업인 BioGemex가 10여 년간의 개발 및 양산화 공정 프로세스를 확보, 모든 암을 검사하는 체외진단 의료기기로 작년 말 상용화하면서 암 진단 역사에 새로운 청신호가 켜졌다.
‘ECPKA’는 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을 포함한 22개 암 종에 대해 임상시험이 완료 됐다. 암의 종류나 유병 부위에 관계없이 모든 암세포가 공통적으로 ‘ECPKA’를 방출하는 것이 특징이므로 ‘ECPKA’를 통해 미국 암센터(NCI)가 정의하는 220여개 암을 모두 선별할 수 있다.
특히 ‘ECPKA’ 검사는 민감도 88% 특이도 90%로 양쪽 모두 높아 정확도가 매우 우수하고, 종양의 크기가 직경 1mm 이하인 초기의 미세 암도 진단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폐암, 췌장암 환자는 40% 이상이 원격으로 전이된 상태에서 암을 발견하고, 5년 생존율이 각각 5.1%, 1.7%로 매우 치명적인 암 종으로 조기발견이 특히 중요한 질병으로 알려져있다. ‘ECPKA’ 검사를 통해 종양의 조기 발견이 가능해진다면 환자의 생명은 물론 공공 보건의 막대한 경제적 비용 손실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