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타이탄(Titan)이라는 명칭으로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직원 1,000명을 투입해 2020년 데뷔를 목표로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 바 있다. 지금까지 전혀 관계가 없던 자동차 업계에 애플이 도전장을 내밀어 과연 어떤 능력을 보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할 인물의 면면을 보면 애플이 추구하는 흐름 자체는 애플이 어떤 자동차를 만들지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첫 번째 인물은 단연 애플 산업 디자인 부문 수석 부사장인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다. 그가 디자인에 종사하게 된 계기도 자동차 때문이다. 그는 2014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에 대한 사랑 때문에 디자이너를 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선 애스턴마틴 DB4나 벤틀리 빈티지 자동차 등에 대해 언급했다. 또 오렌지 색상 피아트500과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오스틴 힐리 같은 차량을 직접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다음 인물은 마크 뉴슨(Marc Newson)이다. 2014년 애플에 합류한 마크 뉴슨은 과거 자동차 디자인을 한 경험이 있다. 1999년 디자인한 포드 컨셉트카인 021C가 대표적이다. 021C는 팬톤컬러 색상 코드에서 따온 명칭으로 4인승 세단 컨셉트카다. 컨셉트카로 만들었지만 서랍식 후방 트렁크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애플 자동차 디자인에도 이런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은 포드 디자이너 출신인 스티브 자데스키(Steve Zadesky). 그는 애플에서 아이팟과 아이폰 디자인에 참여한 바 있다. 제품 디자인 수석 부사장으로 근무 중이며 앞서 설명했듯 1996∼1999년까지 포드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그가 포드 생산 부문에서 종사한 경력이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자동차 생산은 스마트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공급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요안 중윌스(Johann Jungwirth)다. 그는 메르세데스벤츠 북미 지역 R&D 사장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애플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원래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연구 개발 시설에서 근무한 바 있다. 그는 애플에서 맥 시스템 엔지니어링 담당 임원을 맡았지만 실제 업무는 전혀 다를 수도 있다. 그의 지금까지 경력을 살려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컨셉트카인 F105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 차량은 자동운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애플이 노리는 개발 방향과도 부합한다.
애플에서 디자이너로 근무 중인 율리안 회니히(Julian H?nig)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과거 자동차 업계와 인연이 있다. 2010년 애플에 합류하기 전에는 슈퍼카 제조사인 람보르기니 디자인 부문에서 1년간 일했다. 람보르기니 뿐 아니라 이전에는 아우디에 근무하기도 했으며 할리우드 영화 아이로봇에 등장하는 미래 자동차인 아우디 RSQ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회니히와 마찬가지로 애플 디자이너로 근무 중인 아론 폰 민덴(Aaron Von Minden) 역시 자동차 업계에 몸담은 적이 있다. 그는 BMW에 근무하던 당시 외형을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컨셉트카인 지나(Gina)에 참여한 바 있다. 지나는 2인승 오픈카로 신축성 있는 소재로 만들어 자유롭게 외형을 바꿀 수 있다.
물론 이들이 과거 디자인한 것만으로 애플의 타이탄 프로젝트에 그대로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동차 부문 멤버가 모인 애플이 어떤 차량을 개발할지 기대감을 키우기에는 충분하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