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는 역사상 최고의 미녀로 꼽히는 여성이다. 그녀가 절세의 미녀로 인정받는 이유는 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피부 때문이라는 것이 예로부터 전해지는 여러 문헌에 기록돼 있다.
그녀가 통치했던 이집트는 세계 최대의 사막인 사하라가 드넓게 펼쳐져 있는 나라다. 사막 근처에 사는 사람은 건조하고 메마른 기후로 인해 대부분 건성 피부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최고의 미녀이자 피부 미인으로 인정받는 클레오파트라가 성장할 수 있었을까?
고증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의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특별한 성분을 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시어버터(Shea Butter)라는 성분이다. 이 시어버터는 이미 국내에서도 유명 브랜드의 핸드크림 원료로 사용되면서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시어버터는 황록색의 식물성 유지다. 거칠고 건조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 촉촉한 피부로 만들어 주며, 상처를 재생하는 효능이 매우 뛰어나다. 따라서 화장품 보습제나 연화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영양 공급과 수분 보호막 형성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터로 불리는 이유는 상온에서는 고체로 존재하나,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서는 용해되기 때문이다. 오일이 아니라 버터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어버터는 시어나무 열매에서 채취한 성분으로 만든다. 시어나무는 카리테(Karite) 나무로도 불리는데 토양 및 기후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성분도 나무의 품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뛰어난 보습력으로 메마른 사막 지역에 사는 여인들의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시어버터 추출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헥산 계열의 화학 약품을 이용해 씨앗을 통째로 녹여 액체 상태에서 형성되는 지방산만 추출하는 화학적 방법과 화학 용제 없이 씨앗을 갈고, 끓이고, 수분을 증발시켜 추출하는 비화학적 방법이다.
비화학적 방법의 경우 화학적 방법에 비해 만드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열매를 돌멩이로 일일이 분쇄해서 물과 함께 7~8시간 끓여야 약간의 버터가 나오는데, 이를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아프리카 현지에서 약 3~5㎏의 시어버터를 만들려면 보통 2~3일이 걸리게 된다.
또한 시어버터에는 우리 신체에서 생성이 안 되는 천연 비타민인 A, D, E, F 등이 그 어느 천연 화장품 제품보다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따라서 글로벌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이나 록시땅 등은 시어버터 관련 제품을 앞 다퉈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한편 시어버터는 향기와 맛이 좋아 서부아프리카에서는 대부분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코코아와 섞어서 쓰거나 초콜릿을 만들 때 코코아버터 대용품으로도 활용하고 있고 마가린 대용품이나 식용 기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시어나무의 열매는 건강에 이로운 과일로 여겨지며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신성시돼 왔다. 그러나 지금은 여성 고객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성들의 왕’으로 불리며 그 가치를 높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60만톤의 시어버터가 생산되고 있다. 생산량의 3분의 2를 유럽으로 수출하는데 10년 전 수출했던 양보다 2배나 늘어난 상황이다. 이처럼 시어버터는 아프리카 농민들이 최우선 순위로 재배하기를 희망하는 작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1600만명이나 되는 여성이 시어버터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에 기여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사람들의 생계 수단으로도 시어버터 생산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